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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
존 롤즈 지음, 황경식 옮김 / 이학사 / 2003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정의의 주제와 정의의 역할, 고전적 공리주의와 직관주의에 대한 비판에 이어서 이제 롤즈의 정의론의 본내용으로 들어가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롤즈가 제시하는 정의의 원칙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다시말하면, 그 정의의 원칙을 선택하리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설득하는 방식과 내용은 무엇인가이다. 그것은 롤즈의 원초적 입장이라는 가상적 상황속에서 당사자들이 롤즈가 제시하는 정의의 원칙을 왜 선택할 수 밖에 없는지, 그것이 왜 최선의 선택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원초적 입장에서 내용을 또 세분화해서 정리를 해야 되겠다. 먼저 계약론적 설명방식과 반성적 평형에 대하여 정리해본다.
2.원초적 입장(the orginal position)
이미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논의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으로서 롤즈가 원하는 것이란, 사회를 잘 질서 지우기 위해 필요한 사회정의의 원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 및 정당화를 위하여 어떤 절차적 공정성을 보증하는 가상적 상황을 전제하고, 또한 그 안에서 당사자들은 정의의 원칙들을 채택하고 준수할 것이라는 점은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사회협동체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 결의를 통해서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할당하고 사회적 이득의 분배를 정해줄 원칙들을 함께 채택한다고 상상해 볼 수’있게 해주기 때문이다.(45쪽)
이러한 토대를 기반으로 해서 롤즈가 가상하는 것이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다. 한편으로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계약론의 한 형태이며, 원초적 입장은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구체화된 형태, 혹은 구체화된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원초적 입장이란 적절한 최초의 원상(status quo)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거기에서 도달하게 된 기본적 합의는 공정’한 것이고,‘정의의 원칙은 최초의 상황에서 합의된 것’이 된다.(47쪽)
롤즈도‘로크, 루소, 칸트에게서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고도로 추상화함으로써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45쪽)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이것은 계약론적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리고 계약론적 전통에서의 ‘자연상태(state of nature)’와 원초적 입장은 유사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자연상태가 특정한 정부형태나 통치형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지만, 롤즈는 특정한 정부형태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정의의 원칙들을 인정하고 설명하기 위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판단을 설명해주고 인간이 정의감을 갖는 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초적 입장에서의 합의는‘일정한 사회를 택한다거나 특정 정부형태의 정부를 선택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도덕원칙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롤즈는 원초적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경험적인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세밀하고도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 간다. 이미 언급했듯이 롤즈의 논증 방식은 원초적 입장이라는 가상적 상황을 전제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이미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통해 보여주고,이것을 토대로 원초적 입장의 구체적 조건들을 설정하여 이로부터 선택된 정의관이 자신이 제시하는 정의의 두 원칙들로서 고전적 공리주의나 직관주의보다 더 나은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의 핵심은 여기에 달려 있다. 이것을 얼마나 세밀하고 잘 배열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이 부여될 수 있다. 먼저 롤즈가 제시하는 계약론적 설명방식의 장점을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원초적 입장에서 제시되는 조건들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기로 하자.
2-1. 전통적인 계약론과 원초적 입장
2-1-1.계약론적 설명방식이 갖는 장점
롤즈에 의하면, 계약론적 설명방식이 갖는 장점은 그것이 정의의 원칙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선택되는 원칙들로 생각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정의관들이 설명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상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1)첫째, 정의론은 합리적 선택의 일부요, 그것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나아가서 정의의 원칙들은 사회적 협동에 의해 얻어진 이득에 대한 상충되는 요구들을 다루는 것으로서, 여러 개인이나 집단 사이의 관계에 적용되는데, ‘계약’이란 말은 이러한 복수성을 암시하고 있고, 이득의 적절한 분배는 모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들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을 나타내고 있다.
(2)둘째, 계약론적 설명 방식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정의의 원칙들에 대한‘공지성(publicity)'이라는 조건인데, 원칙들이 합의의 결과인 이상, 시민들은 타인들도 그 원칙에 따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원칙들이 갖는 공지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계약이론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3)셋째, 계약론은 오랜 전통을 이루며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계통의 사상과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것은 생각을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되며 자연스러운 경건함에도 부합된다. (51쪽)
이상의 롤즈의 계약론적 설명방식이 갖는 장점을 정리하면, (1)첫째, 정의의 원칙들은 사회의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서, 여기에는 개인의 고립적 성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인간의 관계와 집단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계약’이라는 것은 이러한 복수성과 모든 당사자들이 원칙에 따라 선택하고 준수할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2)둘째, 계약은 합의하고 지켜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이러한 사실을 계약당사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전제된다. 이것이 롤즈가 말하는 ‘공지성’인데, 계약론은 이러한 공지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3)셋째, 계약론은 오래된 전통을 이루어져 왔고, 이 오래된 전통과 관련짓는 것은 생각을 정돈하도 경건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를 통해서 롤즈의 논증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데, 롤즈는 자신의 정의론이 형이상학적이라는 난점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경험적 사실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즉 어떤 원칙들을 제시했을 때, 흔히 갖게되는 대립적인 두 가지 난점을 피해가면서 논증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하나는 형식적이고 선험적이라는 비판, 다른 하나는 경험적인 논의를 다룸에 있어서 복잡성과 난해함이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더라도 경험적인 것의 추상화가 갖는 논증은 그와 부합하지 않는 구체적 사실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 그래서 롤즈가 각각 이 두 가지 다른 편향을 벗어나기 위하여 가상적 입장인 원초적 입장을 채택하면서도 그 안의 조건은 상식적이고 경험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조건들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자세히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논지를 정당화한다고 볼 수 있다.
2-1-2.반성적 평형
원초적 입장을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원초적 입장을 구성하는 내용이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초적 입장은 원초적 입장을 구성하는 조건을 따저보는 것은 신중한 검토과정에서 삭제되고, 첨가되고, 수정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 및 방법을 말하는 것이‘반성적 평형(reflective equilibrium)’이다. 롤즈는 반성적 평형에 대하여‘이쪽 저쪽을 맞추면서 때로는 계약적 상황의 조건들을 변경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판단을 철회하거나 그것을 원칙들에 따라 조정하기도 하면서, 결국 우리는 합당한 조건들을 표현해주면서도 정리되고 조정된 우리의 숙고된 판단에도 부합하는 최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반성적 평형 이다. 그것을 평형이라고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우리의 원칙과 판단들이 서로 들어맞기 때문이며, 그것을 반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판단이 따를 원칙이 무엇이며 판단이 도출될 전제조건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질서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평형상태가 반드시 안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사회정의에 대한 신념을 정당화하고 일관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원초적 입장이라는 개념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56쪽)
즉, 반성적 평형은 원초적 입장에 대한 구성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며, 그래서 원초적 입장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쪽 저쪽으로’계약적 상황을 변경하기도 하고, ‘판단을 철회’하거나‘조정’한다는 것은 합의를 통하여 도달한 잠정적인 최종적 상태이다. 그래서 그것은 반성적 과정을 거친 합의의 도달과정이며 그래서 잠정적으로는 평형을 유지하는 상태인 것이다.
다음 리뷰에서는 이제 이렇게 하여 구성된 원초적 입장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