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즈가 의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짤막하게 정의론에 대한 리뷰를 올렸었는데, 시리즈 형식으로 롤즈의 정의론의 1부 원리론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단 '정의의 역할과 정의의 주제'를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주제로 살펴보고 다음에 고전적 공리주의와 직관주의에 대한 비판내용을 살펴보고 원초적 입장에 대한 논의를 살펴볼 예정이다.
1.공정으로서의 정의(the justice as fairness)
원초적 입장의 논의로 진입하기 전에, 그 예비 단계라 할 수 있는‘공정으로서의 정의(jutise as fairness)’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공정으로서의 정의’는 롤즈가 절차적 공정성을 핵심으로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회에 필요한 어떤 원칙들이 필요함을 알고 있고 선택한 원칙들을 지킨다고 가정한 후, 이 사람들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선택된 정의관은 공정한 것이며 그래서 잘 질서지우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관한 논의를 통하여 원초적 입장에 대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즉 어떤 집단내의 사람들이 절차적 공정성을 보증해주는 세밀하고도 상식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이러한 조건을 토대로 선택된 원칙들이 정의의 원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함으로써 원초적 입장의 가상적 상황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원초적 입장을 논의하기 위한 토대 혹은 예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가 해명하려는 제일의 과제는 계약적 합의에 따른 절차적 공정성을 해명하고 그것의 구체화된 형태인 원초적 입장을 통하여 정의의 원칙을 도출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의의 역할과 정의의 주제등의 논의가 포함된다. 정의의 역할이 무엇인지, 롤즈가 다루려고 하는 정의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출발로 해서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논의는 시작되며, 또한 이를 통하여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의미가 보다 더 분명히 제시되는 것이다.
1-1.정의의 역할(the role of justice)과 정의의 주제(the subject of justice)
1-1-1.정의의 역할
롤즈가‘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검토함으로써 정의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다.
롤즈에 의하면, ‘사회란, 그 성원 상호간에 구속력을 갖는 어떤 행동 규칙을 인정하고 대부분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어느 정도 자족적인 조직체’이다.(37쪽) 그러나 사회는 상호간의 이익을 위한 협동체이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러한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정하는 어떤 원칙들의 체계가 요구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정의의 원칙이다. 이 사회정의의 원칙은 ‘기본적인 사회제도 내에서 권리와 의무를 할당하는 방식을 제시해주며, 사회협동체의 이득과 부담의 적절한 분배’를 결정해주는 것이다.(37쪽) 그래서 지향해야 할 사회는 그 성원들의 선을 증진해주고, 공공적 정의관에 의해 규제되는 사회이다. 롤즈는 그러한 사회를‘질서정연한 사회(well-ordered:잘 질서 지워진 사회)’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회는 (1)첫째, 다른 사람도 모두 동일한 정의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고, (2)둘째, 사회의 기본제도가 일반적으로 이러한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그 사실 또한 널리 주지되어 있는 그러한 사회이다. 이러한 경우 각각의 요구를 판정하게 될 공동을 입장을 인정하게 되는데, 이것이‘공공적인 정의감(public sense of justice)’이다.
롤즈에 의하면, 이러한 공공적인 정의감은 사회구성원들의 굳건한 결합을 가능하게 해주고 각자 서로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가진 개인들 간의 유대를 공공히 해주며, 다른 목적들의 추구에 한계를 정해준다. 그래서 이러한 공공적인 정의관이 공동체의 기본헌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치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들은 각각의 나름의 정의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로부터 사람들은 사회에서 필요한 어떤 사회정의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할당하고 사회 협동체의 이득과 부담에 대한 적절한 분배를 정해줄 어떤 특정한 원칙들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주장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38쪽) 이로부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각각의 다양한 정의관들과 구별되면서 상이한 원칙과 견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역할을 나타내주는 정의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즉, 다양한 집단들 내에서, 각각의 사람들은 일치되지는 않지만 각각의 정의관들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정의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절하고 보다 많은 선을 증진시켜줄 어떤 체계들의 원칙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정의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역할을 나타내는 정의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의 역할은 사람들이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것에서 합당한 것에 대한 판단하고 이득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를 나름대로 판단하게 하고 명시하게 해주는 것이다.
1-1-2.정의의 주제
정의의 문제는 다양한 곳에서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법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든가, 서울시의 교통체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불리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든가하는 것들은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즉, 정의의 문제는 법, 제도, 사회체제뿐만이 아니라 의사결정, 판단, 비판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들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롤즈가 논의하려는 것은‘사회정의(social justice)’이며 일차적 주제는‘사회의 기본구조(basic structure of society)’이다. 그것은‘사회의 주요제도가 권리와 의무를 분배하고 사회협동체로부터 생긴 이익의 분배를 정하는 방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40쪽) 이 지점에서 롤즈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조절하는 것으로서 사회정의의 원칙이 갖는 핵심적 역할을 제기한다. 롤즈는 ‘직감적으로’생각하건데, 사회의 기본구조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 지위가 속해있고, 서로 다른 지위로 태어난 사람들은 정치제제, 경제적.사회적 여건들에 의해서 상이한 기대를 갖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지위를 갖고 태어나고, 또한 각각의 천부적 자질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것을 자연적인 것으로만 둘 경우에는 불평등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정의의 원칙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부분은 이와 같은 불평등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원칙에 따라 잘 조절되고 규제되느냐가 사회체제의 정의 여부를 판가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체제의 정의 여부는 ‘본질적으로 권리와 의무가 할당되는 방식에 달려있으며 사회의 여러 방면에 있어서 경제적 기회와 사회적 조건에 달려’있게 되는 것이다.(41쪽)
그래서 롤즈의 과제는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서 인간의 기본적 자유와 평등의 우선성 아래에서 권리와 의무가 할당되는 방식과 기회의 평등을 적합하게 부여하는 사회정의의 원칙을 도출하는 것이다. 롤즈는 이러한 사회정의의 원칙을 도출하기 위하여 자신의 연구범위를 두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첫째, 특수한 경우의 정의만을 문제 삼고 있다. 즉 제도나 사회체제 일반의 정의를 문제 삼거나 국제법이나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정의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롤즈가 해명하려 하는 제일의 과제는 계약적 합의에 따른 절차적 공정성을 해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제도나 사회체제일반의 정의를 문제 삼으면 그 해명이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해지기 때문에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난점이 발생한다. 그래서 롤즈는‘다른 사회와 분리되어 폐쇄 체제로 생각되는 사회의 기본구조에 합당한 정의관’을 정식화 하는 것으로 한정한다.(41쪽) 그래서 롤즈가 해명하려하는 절차적 공정성에 입각한 정의의 원칙은 소규모 공동체나 집단의 규칙과 규범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질서정연한 사회를 규제하는 정의의 원칙을 검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롤즈는 모든 사람들이 정의롭게 해동하고 정의로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완전히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것인지를 제기한다. 그것은‘부분적인 준수론(partial compliance theory)’이 아니라‘철저한 준수론(strict compliance theory)’에 입각한 것이다. 부분적 준수론은 부정의를 처리하게 될 방법을 구제하는 원칙들을 연구하는 것임에 반하여 철저한 준수론은 완전히 정의로울 수 있는 사회의 성격이나 목적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롤즈가 철저한 준수론에 입각하는 이유는 철저한 준수론은‘긴요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기초를 제시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42쪽)
지금까지 정의의 주제와 정의의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롤즈가 정의의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의의 개념은‘권리와 의무를 할당하고 사회적 이득의 절적한 분배를 규정할 정의의 원칙들이 갖는 역할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44쪽) 또한 이를 통하여 롤즈의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사회의 기본구조에 대한 정의의 원칙들이 원초적 합의의 대상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자신의 이익증진에 관심을 가진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 그들 조직체의 기본조건을 규정하는 것으로 채택하게 될 원칙들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원칙들은 그 후의 모든 합의를 규제하는 것으로서, 참여하게 될 사회협동체의 종류와 설립할 정부형태를 명시해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롤즈는 정의의 원칙들을 이렇게 보는 방식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부른다. 이제 롤즈는 고전적 공리주의와 직관주의의 한계를 공정으로서의 정의와의 비교를 통해서 비판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다음 페이퍼에서는 고전적 공리주의와 직관주의의 비판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