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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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콤함

 주인공 오은수의 삶은 달콤한가? 책 표지의 저 처녀는 왜 우산을 들고 날고 있을까? 정이현의 글은 그렇게 유쾌발랄하지만은 않다. 내면의 갈등은 시니컬하게, 회색빛깔로 표출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제목과 표지는 역설을 말하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표지는 여자들의 구매를 다소 자극할 수 있도록 발랄함을 띠고 있고, 글의 전개가 시종일관 내면의 갈등과 회색빛으로만 흐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역설이나 반어로 '달콤함'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신문 연재와 판매를 위한 마켓팅적 전략이 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상업성과 마켓팅으로만 기울어져 있지는 않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있는 두개의 글 [타인의 고독]과 [순수]를 비교해볼 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면의 갈등을 사람들의 일상에서 비추어보려 했다는 점과, 또한 내면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말투와 '화기애애'한 장면으로 말미암아 읽는이의 긴장을 이완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이 세개의 글에서 정이현의 본질적인 색깔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주제나 소재의 측면에서는 지루한 느낌도 들지만, 이야기 전개의 다양함으로 아직까지는 커버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같은 주제나 소재가 계속 반복되면, 그것은 작가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30을 넘어선 나이에 결혼을 할것인가 말것인가의 갈등, 직업을 바꾸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는 갈등, 그래서 안정된 삶에 쉬이 뛰어들수 있는 용기도 없어서 사랑은 불안하지만, 표출되는 욕구마저 피할 수도  없어서, 그래서 사랑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주인공 오은수와 윤태오의 짤막한 사랑. 그러나  일상에서의 소소한 유쾌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야 겨우 '달콤함'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때로는 은수의 어이없는 착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안이사에게 혹시나 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려는데, 알고봤더니 안이사가 우거지 사업을 하는 것을 알게되는 장면, 혹시나 연락했던 예전 거래처 사람의 사랑놀음에 가볍게 이용당하는 장면등등), 은수, 재인, 유희와의 오래된 친구들과의 일상적 만남과 수다놀이, 그리고 친구관계의 미묘한 비밀놀이 등은 긴장감 보다는 가벼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가벼운 즐거움, 유쾌함 밑에서는 내면의 갈등과 방황의 어둠이 줄곧 흐르고 있다. 설레이는 사랑의 달콤함이 잠시이듯, 섹스의 달콤함과 오르가즘이 순간이듯, 그것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처럼 잠시동안이며, 이내 녹아 흘러내리는 그런 달콤함일터이다.  

2/서른살의 사춘기-회색지대에서

 10대의 사춘기를 대학입시와 함께 보내고 나서 20살에 대학을 입학하고(한 두번 찐한 사랑도 있겠지), 20대 중반에 졸업하고(무엇을 할지 몰라 휴학을 몇번하기도 했겠지), 회사에 취직하는 삶을 패턴을(청년실업을 거쳐서), 서른이 될 즈음, 서른을 갓넘어설 때 돌아다본다. 대부분은 결혼을 하지만, 이에 자신없는 사람들은 다시 또 한번의 사춘기를 맞는다. 특히 여자에게는 (이것은 여자에게 방어심리를 더욱더 많이 제공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특히 더 심하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때로는 누군를 만날 자신이 없고, 누구와 같이 살 자신이 없어서, 때로는 사랑하는 건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어서, 그렇게 인생의 선택을 내맡기지 못하는 갈등의 지대에서 주이공 오은수는 갈등하고, 방황한다. 이것을 두고 아마도 '서른살의 사춘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수는 연하의 태오가 좋지만, 은수가 보기에 태오는 어리다. 여기서 어려보이는 것은 사회생활 수년차의 일상적인 사회인의 시각에서의 어려보임이다. 태오는 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니, 은수의 입장에서는 장래가 걱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은수는 태오에게 몸을 맡기지만 장래의 인생을 맡기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은수는 태오의 육체만을 탐닉하는 여자는 아니다. 은수는 태오에게 편안함을 느끼며 사랑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태오와는 결혼을 할생각이 없기에, 아마도 이별이 올거라 예감하는 은수, 그래서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애매함은 결혼과 사랑이라는 선택의 영역에서의 갈등의 결과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사회시스템으로 (맞벌이 부부에, 결혼하고, 애를 낳고,...그렇게 평범하게 살것을 요구하는) 편입될 것인가 말것인간의 갈등의 지대속에 펼쳐지는 심리상태이다.

 또한 책에서는 은수의 주변을 둘러싼 친구들, 재인과 유희의 선택의 경로를 보여주는데, 재인은 갑작스레 결혼을 올리지만, 곧 이혼을 한다. 유희는 연봉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다. 유희는 직업을 바꾸고, 재인은 생각지도 않던 결혼을 한다. 일상에서 흔히 고민하는 결혼과 직업선택의 내용이다. 유희와 재인의 사이에, 모호한 영역에 은수는 놓여있다.

 유희는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뒷탈이 없다. 재인은 다소 소심하고 여려 보인다. 그래서 유희는 과감히 뮤지컬배우로 전향하지만, 재인은 결혼으로 일반적 사회시스템으로의 편입을 준비한다. 그렇다면 재인은? 회사의 일상을  때로는 비굴하게 상사의 비위에 적당히 맞추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원칙적인 후배에게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마감한다.

태오와는 하루하루의 이별을 예감하는 사랑과 섹스를 즐기지만, 김영수와 선을 보러 나가 계속적으로 만난다. 때로는 겹쳐지는 약속에 은수는 놓여진다. 연하의 젊은 태오냐, 안정적인 영수냐에 놓여져 있는 은수. 게다가 오랜친구였던 유준의 사랑고백에 당황하기까지. 그렇게 중첩되는 관계와 쉬이 선택할 수 없는 주변의 배치. 이러한 회색지대에서 서른살 사춘기 처녀의 은수는 혼란스러워하고, 혼미해진다. 결국 태오와는 헤어지게되고 영수와 결혼을 작정한다. 그러나 이미 결혼은 성사 불가능하다는 복선이 깔려져 있다. (영수의 상황이 다소 전체적인 내용에서 사족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은수는 (주인공은 32살?이지만 서른살 즈음이라는 의미에서) 서른살 처녀로서 사춘기의 방황과 그 속에서의 짤막한 달콤함, 좌절감을 맛보고 다시 또 다른 일상으로 복귀한다.  



3/두 가지 시선의 세 인물의 캐릭터


[달콤한 나의 도시],[순수],[타인의 고독]을 볼 때, 정이현은 두 가지 시선을 가지고 각각 세인물을 배치한다. [타인의 고독]에서는 여자가 화자가 아니고 남자가 화자이지만, 그 맞은편에는 여자의 시선도 있다.(나와 양주희)  [순수]에서는 여자가 화자이지만 그 맞은편에는 각각 세명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남자의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화자의 맞은편의 다른 하나의 시선은 수동적이다.) [타인의 고독]에서는 '나와 주희'의 관계만이 설정되어 있어서 주변의 이야기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나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여자의 시선으로 은수, 유희, 재인이 배치되어 있고, 남자의 시선으로는 태오, 유준, 영수가 있다. (유희와 재인의 캐릭터는 짤막하게 이야기했고) 태오는 연하의 남자로서 영화의 꿈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은수의 시선에서는 불안정하고 어리기만한 사회물 먹지 않은 철부지로 보일 뿐이다. 유준은 유복한 집에서 놀고 먹는 할량이다. 유준은 오래된 친구이다. 그러나 유준의 친구같은 장난스런 고백에 당황스러워하는 은수의 시선에서는 유준은 부유한 게으름뱅이일뿐이다. 영수는 매너좋고 안정적인 벤처회사의 대표이지만, 어렷을적 상처가 깊이 패인인물이다. 은수의 시선에서는 결혼을 해도 되겠다는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은수는 자기 자신, 유희, 재인이라는 세명의 여자의 시선에서도 둘러쌓여 있고, 태오, 유준, 영수라는 남자의 시선으로부터도 둘러쌓여있다. 그 안에서 은수는 갈팡질팡한다.  

 

4/선물


 원래 난 소설을 잘 읽지는 않는데, 인물속의 유준마냥 은수처럼 느끼는 친구에게 책 하나 사줄께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우연히 알라딘에서 마주쳤다. 책에서 애인과 친구의 구별은, 애인과는 섹스하고 키스를 하지만, 친구와는 섹스와 키스를 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던가?  친구에게 갖는 마음이 편안함과 나를 걱정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욕망인지를 되돌아본다. 유준은 쉽게 그 경계를 허물어 버렸지만, 쉬이 허물수 없는 묘한 경계선....

 

5/

거의 다 썼는데, 인터넷 갑자기 다운되다니 낭패다, 오기로 다시쓴다. 뭐! 삶이 그런 거 아닌가?ㅎ 막바지 무렵에 낭패보기도 하고, 낭패 속에서 다시 새로운 삶으로 재도약 하기도 하고.............  책 속의 재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나, 늦은 나이에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유희나, 결혼 직전까지 가다가 아무것도 아닌 채, 다시 다른 일상으로 복귀하는 주인공 오은수나...머 그런거겠지. 그렇게 반복하지만, 그 반복은 동일한 반복이 아닌 새로움을 만드는 반복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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