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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
존 롤즈 지음, 황경식 옮김 / 이학사 / 2003년 3월
평점 :
롤즈는『정의론』에서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 의 가장 핵심적인 관념(ideas) 및 목적은 입헌 민주주의를 위한 철학적 입장의 관념(ideas) 및 목적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16쪽) 롤즈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고전적 공리주의-에 대하여 합당하면서도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의관을 고안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공리주의는 앵글로 색슨의 정치사상 전통을 지배해 왔는데, 이것은 입헌민주주의의 제반제도의 기초로서 취약하기 때문이다. 롤즈에 의하면, 입헌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자유롭고 평등한 인격체로서의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공리주의는 ‘좋음’과 ‘좋음’의 문제가 상충할 때, 즉 사회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무엇이 우선적인지에 대하여 답변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기본적이고 평등한 자유와 권리의 우선성을 확보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직관주의(intuitionism)는 직관능력에만 우선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우선성의 문제를 해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리주의와 직관주의는 입헌 민주주의의 관념으로서 취약하다고 본 것이다.
롤즈에 의하면, 어떤 유형의 공리주의는 현대의 도덕철학에서 가장 우세한 체계적 이론이다. 왜냐하면 공리주의는 흄, 아담스미스, 벤담, 밀등의 많은 석학들의 지지를 받아왔는데, 그들이 제시한 이론은 광범위한 관심사들을 다루면서도 이를 포괄적인 체계로 종합하기 위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비판은 공리의 원칙이 가진 애매성을 비판하면서, 공리주의가 함축하는 의미와 도덕감 사이의 불일치에만 주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비판자들은 공리주의를 대체할 만한 유력하고 체계적인 도덕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롤즈는 어떤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공리주의와 직관주의가 절충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다면 입헌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부터 롤즈의 목적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공리주의를 비판하고 이에 대응할 만하거나 혹은 이 보다 더 나은 정의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롤즈는 이해관계가 상충 할 때, 인간의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우선성 아래에서 이해관계를 합당하게 조정해줄 정의의 원칙을 마련하려고 한다.『정의론』에서는 입헌 민주주의의 초석인‘자유롭고 평등한 인격체로서의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의 우선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이해관계 상충의 합리적 조정의 원칙을 제시한다. 롤즈가『정의론』의 1부 「원리론」에서 제시하는 ‘정의의 두 원칙(two principles of justice)’은 다음과 같다.(105쪽)
첫째, 각자는 다른 사람들의 유사한 자유의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체계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둘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과 같은 두 조건을 만족 시키도록, 즉
(a)모든 사람들의 이익이 되리라는 것이 합당하게 기대되고,
(b)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직위와 직책이 결부되게끔 편성되어야 한다.
『정의론』의 핵심은 이 지점부터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의 우선성이 당위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으려면, 이것을 어떻게 정당화하는 문제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롤즈가 입헌민주주의를 위한 초석으로서 제시하는 정의의 두 원칙이 공리주의와 직관주의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어떻게 보여주는가이다. 즉 자신의 정의의 두 원칙에 어떻게 설득력을 부여하는가이다.
롤즈는 어떤 하나의 상황을 가정하는데, 그것이 바로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상정하고 원초적 입장안에 있는 사람들인‘당사자들(parties)’들에게는 몇 가지 정의관의 목록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 당사자들은 제시된 정의관의 목록 중에서 롤즈가 제시하는‘정의의 두 원칙’을 선택하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롤즈는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된 상황은 사회계약론의‘자연 상태(state of nature)'와 유사하다. 그러나 롤즈는 자신의‘원초적 입장’은 전통적인 계약론적 설명방식을 이어받은 것이지만 특정의 통치형태를 위한 것이 아니며‘어떤 도덕원칙을 받아들이는’가상적 상황이라고 말한다. 롤즈는 원초적 입장에서는 세밀하고도 상식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당사자들은 롤즈의 정의의 두 원칙을 선택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