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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이유 - 저주의 몫. 에로티즘 ㅣ e시대의 절대사상 20
유기환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평점 :
이 책은 조르주 바타이유에 대하여 <일반경제학>과 <에로티즘>의 테마를 중심으로 ,앞에서는 바타이유의 생애를 다루면서 설명을 해나가고 있다. 내용은 구체적이고도 쉽게 설명해놓은 듯 하다. 난 <에로스의 눈물>과 <에로티즘>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금새 읽을 수 있었고 핵심적인 논지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 의하면, 바타이유의 일반경제학은 우주적인 에너지의 체계로 접근한 관점을 말하는 것 같다. 지구적으로 보면, 태양에너지의 무한한 공급에 따라 에너지는 과잉의 상태, 즉 잉여상태에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제 경제에서 생산이나, 희소성의 원리같은 것이 중심 주제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라는 중심 테마가 부각된다. 즉 중요한 것은 과잉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이다.
이 과잉에너지를 적절히 소비하지 못하면 파멸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세계는 생산과 축적이 아니라 소비와 상실을 통해서 존재조건을 마련한다. 즉 무조건적인 소비와 대가없는 상실은 세계의 존재조건이다.
소비에는 생산적 소비와 비생산적 소비가 있는데, 생산적 소비는 생명을 보존하고 생산활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비이다. 비생산적 소비는 소비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섹스는 대표적인 비생산적 소비이고, 전쟁은 과잉에너지를 적절히 소비하지 못함데 따라 야기된 비극적 소비, 지극적 파괴이다. 20세기의 두번의 세계대전은 자본주의가 축적과 성장만을 추구함에 따라 야기된 비극적 파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타이유는 고대 소비사회를 연구하는데에 있어서 모스의 <증여론>의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포틀래치 인데 포틀래치는 아메리카 북서부 인디언들에게 있었던 증여(교환)체계이다. 바타이유는 포틀래치를 과잉에너지의 소비의 방식으로 본다. 물론 이러한 증여방식에는 지위,권력, 명예등이 작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여는 완전히 소비된 것은 아니다.
어쨋든 책에서는 일반경제학의 내용들을 쉽게 풀어놓는 것 같다. 결국 과잉에너지, 잉여를 소비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이 일반경제학의 핵심이지 않을까 한다. 이 장의 말미에서는 마셜플랜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크게 흥미거리로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다음장은 에로티즘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데, 인간이 동물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바로 에로티즘을 인식하면서이다. 바타이유는 라스코 동굴벽화를 설명하는 데, 폭력을 매개로 죽음과 성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죽음에의 인식, 그 곳으로부터 죽음에의 공포, 죽음에의 전염의 두려움이 싹튼다. 이제 사람들은 매장을 하기 시작하고, 시체가 잘 건조되면 그 죽음에의 힘이 소멸한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폭력의 욕구와 폭력의 위협으로부터의 두려움, 이 이중성이 싹튼다. 폭력의 욕구와 두려움. 이 모순과 역설은 존재의 문제까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존재는 비연속적이지만 연속성에 대한 욕망이 피워나기 시작한다. 죽음에 도달하지 않고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연속성에 도달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에로티즘의 인식이다. 에로티즘은 삶과 죽음의 교차점에서 연속성을 느끼는 황홀함. 무아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짧게 일반경제학과 에로티즘에 관해서만 이야기 하였는데, 첨가된 내용으로는 기획사회와 소비사회, 희생제의와 전쟁, 에로티즘인식의 변화 역사등의 내용이 첨가되어있다.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이나 <에로스의 눈물>을 직접 읽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