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를 상실했다.무척 소중했으나 이제는 무의미해진 것을. 나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 마치 세 번째 다리를 잃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이다. 지금껏 걸음을 방해하기만 했으면서 내가 세 다리 종족이란 확신만은 강하게 가지도록 만들었던. 그런 세 번째 다리를 나는 잃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갖지 못했던 것을 회복했다. 오직 두 개의 다리라는 존재. 다리가 두 개여야만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잃어버린 세 번째 다리의 쓸모없는 부재를 깨닫고는 소스라친다.세 번째 다리는 내가 나를 발견하도록 만들어주는, 심지어 나를 찾는 수고 없이도 그렇게 되도록 해주었던 무엇이었으므로.
그렇다면 내게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혼돈이 왔단 말인가? 겁먹음, 그것은 내게 일어난 가장 최근의 일인데, 내가 겪은 최대의 모험이기도 하다. 내 겁먹음은 너무도 드넓은 벌판이어서, 오직 최대한 용기를 내야만 감내할 수가 있다.
<G H에 따르는 수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