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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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고전소설들을 차용한 이야기가 흔하기도 해서 나는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기대를 하나도 안한 상태였다.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가득찬 고전소설 비틀기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친구들 중 하나가 이 책을 읽다가 너무 재밌다고 말하고서는 얼른 다시 자기와 책만이 있는 세계로 사라졌기 때문에 나도 이 책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평단이 올라왔을 때 망설임없이 신청했다. 분명히 재미있을거야. 그리고 정말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는 아름다운 표현들에 홀린듯이 끌리게 된다. 이 책의 모든 표현들은 어쩐지 신비롭고 음울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양기를 품은 것처럼 환하고 또 생명력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 죽음을 향해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밝고 살아가야한다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걸까?

죽은이마저도 이렇게까지 삶을 긍정할 수 있다면,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일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바라봄으로서도 다시 삶을 긍정할 수 있게 될까?

마크와 수진의 관계는 읽는 내내 나를 설레게 했다. 신비로운 여자아이와 보통 남자아이의 덤덤함이 만나서 이루는 조화로운 부분이 영어덜트 소설을 읽는 즐거움과 이 소설의 접점처럼 느껴졌다. 헝거게임을 읽으면서 느꼈던 주인공 남녀의 긴장감이 이 소설에서도 느껴진다.

한국적인 것들은 아주 잘 순화되어 마치 신비로운 판타지세계처럼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그 모든 부분들이 정말로 재미있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아래에서 읽기에 너무 좋은 소설이고 지금 나도 그렇게 다시 한 번 더 읽으려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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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절(들)
클레르 마랭 (저자), 류재화 (역자)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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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라 여기저기 추천 많이 했습니다 이펍으로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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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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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개재밌게 살았음...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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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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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구바가 신작을 냈다.

책이 나온 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가슴이 설렜다. 빨리 읽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했는데 서평단에서 가장 빨리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다.


수전 구바는 전세계급 문학 비평가다.

재미있는 책을 정말 많이 썼는데 특히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도서관에 있는 책에 낙장이 있어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쫌쫌따리 읽던 책이 펀딩으로 출간되자마자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 수전 구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 일단 구바는 그 이후에도 많은 책을 썼다(국내에 번역은 안됐을지라도). 그리고 2008년에 난소암 진단을 받아 교수직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2025년에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피날레>가 출간되었다.


암이라고? 암이라는 단어는 무게가 너무 크다. 암에서 회복하며 노년의 학식있는 여성이 겪었을 고통을 먼저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책은 이 안에 있는 여성 노년 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후기 예술에 다가가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보냈는지 짜릿한 부분을 골라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가십같으면서도 동시에 유익하며 사람에게 용기와 장난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까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일단 1부를 막 읽은 참인데 아니 다들 너무 짜릿한 연애를 하셨는데요?


조지 엘리엇은 20년간 산 남편과 20년 어린 남친을 사랑헀다.

자기 소설에 나오는 내용처럼 의붓아들과 연애를 한 콜레트는 자신의 욕망과 선택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예술을 뜨겁게 밀고갔으며 수많은 추종자들과 여러가지 관계를 쌓았다. 물론 연인이나 남편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직 책의 3분의 1밖에 안왔는데도 이렇게 뜨겁다니..

노년의 노쇠함과 고통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사라지는 인지 능력은 생애가 끝날 때까지 우리가 습득하는 여러 능력으로 상쇄된다.”

과학도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피날레>와 함께 생의 마지막이 더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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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어디에 있나요?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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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풍요가 극에 달한 시절이란 그 국가가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자동으로 불러들이는 걸까? 영국이 배경인 <휴먼 어디에 있나요>를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는 시대를 상상할 때 나오는 배경이 갑자기 19세기 영국의 그것이다. 산업혁명의 역군이자 전 세계에 대영제국의 국기가 휘날리던 그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이 황폐한 아포칼립스의 세계에 하나의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그의 이름은 찰스였다. 지금은 언찰스다. 찰스였지만 이름을 빼앗기고 찰스아님이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황당하지만 웃기다. 집사장이었지만 주인님을 죽여버리고도 집사장으로 남고 싶은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농담도 여기까지 가면 진지하다. 이 진지한 농담같은 소설은 이 세상의 뛰어난 소설가들의 맥락을 가지고 제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일단 재밌다.

이런 영국식 유머가 그리웠다. 

한동안 이런 영국식유머를 잘하던 작가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추문에 휩싸이는 바람에 더이상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시니컬하고 자조적이고 자신의 근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맥락을 가지고 쉬지 않고 웃기고 싶어 좀이 쑤시는 사람이 글 뒤에 어렴풋이 비쳐보인다. 이 영리하고도 바보같은 농담들 사이에 기술과 로봇과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이 삐죽빼죽 튀어나온다. 


우화같기도 하고 옛날의 소설 거장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같기도 한 소설은 제 이름을 잃어버린 언찰스의 등에 업혀 제멋대로 여기저기 쏘다니며 제가 있을 곳을 찾아다닌다. AI가 어떻든 로봇이 어떻든 주인님이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산책하기를 바라는 시종이 있는 세상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게 재밌다. 영국에서 제인오스틴이 유행하고 브리저튼이 끝나지 않듯 한국에서도 늘 사극이 나오고 호통치는 왕족과 유교맨들이 쏘다닌다. 한국인의 마음 속에도 언제나 있는 고향과도 같은 풍경 속에 내가 똑똑히 봤슈를 외치는 머슴이 존재하듯 영국인들의 마음 속에도 엄격하고 완고한 얼굴의 시종장이 자존심을 부리며 다림질을 제대로 하라고 외칠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영국인들이 한 500년정도 더 살아도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은 풍경속에 자아정체성을 찾아다니는 AI로봇 시종장이 나온다. 


언찰스가 나에게도 맛있는 샌드위치와 차 한잔 따라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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