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생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다.

몇날 몇일 동생을 상대로 겨뤄도 매번 지기 일쑤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둔다.

그런데 오늘, 바로 조금 전, 드디어

'안 해!' 한마디로 내가 판을 접고 말았다...

그 말을 입밖에 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나의 검은 바둑돌이 하나 하나 먹힐 때마다 내 마음 귀퉁이가 조금씩 조금씩 먹혀들어가는 것만 같아

그걸 참지 못하고, 인내하지 못하고

결국 '포기'를 하고 만 것이다.

오늘 나는 정말로 지고 말았다.

 그렇게 바둑 판을 접고나서 생각한건데,

옛 선인들이 왜 바둑을 즐겨 두었는지, 왜 도사들은 항상 바둑과 함께 묘사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바둑은 한 없이 작은 인간의 마음을, 인격을 수양하기에 정말 좋은 놀이[?]이다.

나처럼 오로지 저기 널려있는 흰 돌들을 잡아먹으려 욕심만 내고,

나의 검은돌만 바라보며 잔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 보면

결국 내 돌들만 다 먹히게 된다.

이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말이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평정하고, 멀리에서 내 쪽과 상대 쪽을 모두 바라보며

한 수 한 수 차분하게 두어야지,

욕심만 앞서다가는 그 욕심조차 채우지 못하고 모두 다 무너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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