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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한 달 넘게 가방에 들고 다니던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사유에 나도 살짝 묻혀 본 아주 좋은 시간들.
게다가,날 치유해 주고 안아 주었던 행복했던 시간들.
무엇보다 나를 알게 해 주어서 좋았다.
책 읽다가 메모해 놓은 걸 다시 써 본다.
힘들고 피곤해 글자가 눈에 잘 들어 오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멈짓하게 하는 문장이 반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다른 사람이 가치를 알아주고 탐낸다는 점이 그녀의 욕망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 문장을 받아 들이면서 내가 얼마나 한심한 놈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랑 이라는 감정에 있어서도 주변의 반응이나 눈치에 민감해했던 꼴이란.....,
언제나 처럼 포스트 잇을 챙겨야 했던 문장들을 곱씹어 본다.
(그녀는 거절당할까봐 노심초사했다.)
왕가위 영화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이 그렇다.
대표적인게 동사서독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무모하게 사랑고백을 남발한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난 혼자 삭히는 저 감정들을 갖고 싶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느낌과 애틋함이 보이더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감정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그 느낌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두 공유와 윤은혜가 아찔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 남자는 받은 만큼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서,)
이게 나란 말이지, 잘 알면서두 많이 아쉽구,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냥 나만 너무 사랑하구 아끼고 그러는 거 같아서 좀 그러네.
사랑은 이유도 조건도 없는 거라 하는데
쩝, 정신 좀 차려보지.
(그 남자가 앨리스를 갈망했다면, 그것은 소통을 원해서 였다)
사랑은 결국 소통이라는 말인데 그럼 나는 어떤 상태인 건지 생각해 봐야 겠다.
그녀의 웃음 소리가 좋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구
그녀가 다른 사람 이야기 하면 질투 나구
이런 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왜 사랑받는가? 라는 쳅터에 나오는 문장 중에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야, 내가 그 이유를 물을 까닭이 있나")
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떠 오르는 그녀가 있다.
내 말을 믿지 않으면서 왜 자기를 사랑하냐고 되묻곤 했었다.
지금 그 이유를 기억해 보려고 하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게 많은 사람에게 힘 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실행에 옮기기 힘든 건 기다리다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궁금하고, 보고 싶은데 어쩌랴 그게 바로 사랑인걸....
재미있는 문장이긴 하지만 되새겨 볼 수록 무섭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랑을 사랑하다 라는 쳅터의 문장 중.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 거 같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맹목적으로다가 헌신하던 그 날들 말이다.
(앨리스는, 우정은 비겁의 한 형태일 뿐이며, 사랑이라는 더 큰 책임과 도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프루스트의 "대단히 비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결론에 찬성하고 싶었다.
내 감정과 생각도 위와 같다.
그리움에 사무쳐 꿈에 가끔 나타나는 그녀는 내게 평생 친구 하자더니 시집 간 후 로는.....,
우정은 평생 갈 수 있지만 연애는 헤어지면 끝이라고 말하는 그녀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히려 반대라는 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