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2. 서혜영 옮김
3. 다산 책방


요즘 정신이 없었다.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몸과 마음이 서로 등을 마주 했다. 뭐 지금도 베스트 컨디션, 마이 페이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나마 나아진 상태이긴 하다. 가을을 타는 성격이 한층 발전한 것일까 의심스럽다. 별 생각 없이 미팅을 잡아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남자가 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두 손 놓고 멍하니 베란다에서 사람 구경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도 수 차례. 그런 나를 구제해준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명탐정 홈즈 걸의 책장>이란 책이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들지 않았다. 코맥 메카시의 ‘로드’가 오기 전 설레 했던 것과 상반된 그것이었다. 물론 당시에 책과 저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책을 구하진 않았다. 책의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서점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고 책의 내용도 그런 경험들이 녹아 든 수작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책에 대해 불손한 태도를 가지게 한 것에는 일본 문학이기 때문이었다.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일본문학 붐 속에서 과거 몇 편의 책을 구해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 이외로 만족하지 못한 경험을 했기에 시큰둥하고 얕잡아 보았다. 읽을 당시에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해도 타국은 타국이라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일본 소설이라는 점 이외에도 <명탐정 홈즈 걸의 책장>이란 책이 추리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이 불손한 태도를 부추겼다. 책장에 제태크, 판타지, 순 문학, 역사, 출판 편집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책들이 꽂혀 있음에도 추리 소설은 단 한 권도 없다는 점이 추리 소설에 대한 나의 흥미를 반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언급했지만 독서를 하기엔 몸과 마음이 너무 흐트러져 있기도 했다. 그간 나의 독서 습관은 한번 앉으면 한 권씩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씩 하루 틈을 두고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에 본질인 책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을 당시에 독서자, 당해 인이 어떤 환경에 어떤 상태였는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만약 일주일 후에 또는 만약 일주일 전에 읽었더라면 지금과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운수소관이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이순간 내가 느낀 솔직한 느낌 등을 서술해보고자 한다.
소득 없이 길기만 했던 서두를 그만 정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뭐가 어떻게 좋은 지 모를 것이다. 배려 아닌 배려를 하며 하나씩 적어가 보고자 한다. 일단 나 자신이 추리 소설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초보' 라 불려도 손색 없었기에 이 책은 나와 같은 초보에 어울렸다.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대 법전을 안겨주고 법의 철학을 논하고 음미하라면 울상부터 짓지 않겠는가? 책은 심각하고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는 대신 즐거운 상상을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부도덕성, 인간의 종말 등을 심도 있게 풀어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며 톡톡 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그 상상을 전하는 데 추리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이 책을 정리하면 거장의 풍미가 느껴지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아닌 장난기 가득한 어린이가 '조약돌'을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자신의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저자를 보고 있자니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상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즐거움이 다시 나에게 찾아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번에 겪은 정서적 홍역은 아마 나의 몸과 마음이 지쳐있으니 이제 그만 좀 쉬라는 몸의 저항이기도 했을 것이다. 책의 보도자료에 나오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라는 문구가 다시금 나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피를 토하며 쓴 글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책의 장점을 또 꼽자면 즐거운 상상 이외에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사람을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사람’이란 말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라는 점이다. 사람에 대해 모르진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포근하게 감싸 안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따뜻함이 나의 가슴에도 전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다만 다른 분들의 리뷰에도 언급되는 것이지만 일본소설을 번역한 책이기에 <1장 판다는 속삭인다>와 같은 트릭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일본 소설에 대해 부족한 각주와 보충설명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또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엔 2장의 내용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부록으로 괜찮은 ‘와카’ 등이 소개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또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 등을 위해 차 한잔과 어울리는 사진 등도 함께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지금 사랑해’ 로 정을 붙인 다산 책방에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의외의 수확의 기쁨을 나에게 계속 안겨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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