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초록색의 표지에 붉은 색의 글씨로 “살인 본능”이라고 적어놓은, 제법 두툼한 책이 나에게 왔고 나는 달리는 차의 뒷자리에서, 딱딱한 침대 위에서, 소파 위에서 그것을 읽었다. 이제 나는 읽고 난 이후 책을 평가할 것이다.
매번 해오지만 나에게 서평이란 늘 가시를 토해내는 고통의 작업이다. 평가를 하라고 종이와 팬을 건네 받으면 앞으로의 일이 암담해진다. 아니 정확하게는 ‘평가‘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린 살아가며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책장에 눈에 잘 띄는 곳에 고이고이 모셔 놓을 책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기세로 제일 하단 그늘 속에 박아 놓는 책. 나에게 호 불호의 선택은 늘 그래왔다. 다만 어려운 것은 외부로 그것을 말함에 있다.
나의 평가 서가 저자와 출판사에 닿아 더 좋은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책을 출생시키는 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글을 시작하겠다.

나는 이미 대학에서 범죄학을 수강했으며 현재 범죄 심리학을 수강 중에 있는 학생이다.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인간은 왜 범죄를 저지르는 가?” 에 대한 물음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마르크 베네케’ 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책을 교수님이 소개해주었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그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왜 범죄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타고날 때부터 짙은 범죄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범인, 자신에게 일어난 잔혹한 일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범죄를 택한 여성, 정신병자로서 책임 능력마저 없어 보이는 범인 등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범죄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궁극적으로 왜 범죄는 일어나는 지 그 점에 대해 충분한 전문적인 정보는 주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작가도 출판사도 잘못은 아니다. 그것을 알았다면 진즉 인간에게 진정 자유란 것이 사라져버린 세상 속에 살고 있었을 태니 말이다.

결국 “왜 범죄는 일어나는 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닌 광범위하게 범죄 수사의 발전과 재판과 살인에 대한 철학, 법의 학자로서의 지켜야 하는 것들 등등을 풀어내고 있다.
누군가 인생사 일장일단이라고 했던가? 범죄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무렵의 사람에게 있어서 이 책은 그야말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 주는 점들이 많았다. 교수형으로 사망한 사람의 경우 머리는 의식을 유지할까? 따위의 고민을 평소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단점은 한 권의 책에서 다루기엔 지나치게 넓어 보였던 영역에 따른 전개 과정의 허술함과 독자로 하여금 몰입을 저해하는 의혹과 자잘하지만 독일인 저자에 대해 호감을 철회하게끔 하는 문구들이었다.

양적으로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반면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순탄치 않았던 책. 어느 것 하나 뭐라고 정보를 타인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놀라움의 감정은 교류할 수 있는 책.

이 정도로 나 개인적인 정의를 내리며 평가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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