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조셉 베일리 지음, 강현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짧고 강하며 선명한, 때론 자극적인 제목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이 책의 제목은 길다. 악동 같은 반발심이 고스란히 전이 된다. 자 생각해보자. “우리는?” 슬로우 푸드인가 패스트 푸드인가? 나는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사랑에 관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패스트 푸드라고 말할 것이다.
매일 바쁘다. 이 사람을 만나서 정보를 얻고 저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기억해놓는다. 그리고 저 사람의 실수를 보고 평가를 하고 그룹을 나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날씨 좋은 주말 한적하게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고 우아하게 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은 드라마 속 판타지일 뿐이다.

이 책은 커플 들이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가지고 찾아가는 의사가 썼다. 대개 참다 최후의 순간에 가서야 뒤늦게 그들을 찾는다. 의사는 그들을 자주 그리고 많이, 익숙하게 때론 질릴 정도로 만나오며 경험한다. 온갖 문제를 떠벌려 댄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쌓이면 많아지듯 그 과정 속에 일정한 법칙이 만들어지고 원인이 나오면 자연히 백신도 나오고 그 처방전이 제법 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환자들을 위해 책을 썼다. 그리고 운 좋게 나도 지구 반대편에서 처방전 한 부 받게 되었다.

아직 처방전을 얻지 못한 사람을 위해 의사가 해준 말 중 기억나는 것을 해주려 한다. 그 전에 이 의사와의 짧은 만남을 말해주면 더러 짜증날 때가 있었다. 왜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도를 믿는가?”라고 말한다던가? 알고 싶지도 않은 용어를 쏟아 낼 때. 나는 비 기독교인이다.
또 이 의사가 유창하게 말을 못하고 더듬거릴 때도 참았다. 왜냐? 문제는 매끄러운 상인의 말이 아닌 말이 담고 있는 의미이고 해주려는 정신이니까. 그래도 속으로 생각했다. “여보세요. 혹시 고무되어 소설가가 되려는 건 아니시겠죠? 그러시다면 정중히 말리고 싶네요.”
그러나 명백하게 최악은 아니었다. 가령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병원에 갔다. 말끔하고 말쑥하고 잘생긴 남자가 유쾌하게 수다를 떨고 정작 진료를 할 때 진료 도구를 어디에 사용해야 할 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을.
난 말할 것이다. “여보시오. 그대 정체가 무엇이오? 혹시 병원에 찾아온 택배 직원 아니시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그것은 비슷하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그 사람이 좋고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사회제도인 혼인을 한다. 하지만 이 후에 문제는 발생한다. 그것이 비록 서로 고추장 된장 모두 본 사람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우리는 결혼을 하며 당연히 그로 인해 일어날 미래를 긍정적인 것으로 예상하며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상과 다른 법이고 기대에 충족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주변에서는 행복해 보인다면 우울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찾아온다. 헤어나오라고 주변에서 말해서 방법을 찾아보지만 문제의 근원이 해소되지 않기에 계속되는 실패를 겪고 방법을 불신하고 결국 모든 문제를 타자에게 전이하고 그 다음은 이혼을 한다. 거슬러 올라 보자.

만약 결혼을 하며 상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또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본다면?
즉 연애의 관계, 거의 호감으로 점철된 그 관계를 죽는 그 순간까지 이어가자는 것이다.

성경에는 진리가 아닌 것들도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때론 과학적인 것도 있다. 그게 세뇌 비슷하게 알아오며 든 현재의 나의 생각이다.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를 이해하고 또 공감하라.” 그렇다, 이해 없는 관계는 폭력이니까. 등등 실제가 어떻든 지 간에 이 책에 좋아 보이는 말들이 있다. 아직 약을 먹지는 않아서 효험을 말하며 전도사가 되지 못하겠지만 몇 가지 의심에서 제외된 확실하게 좋아 보이는 것들을 먹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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