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못 된 세자들 표정있는 역사 9
함규진 지음 / 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왕이 못된 세자들.
독서 후기
저자: 함규진.
출판사: 김영사
독서 일: 3월 19일

“세자라고?” 책을 처음 보며 든 생각은 그것이었습니다. 곤룡포(세자에게도 같은 명칭으로 통용되는 지 모르겠네요)를 입은 얼굴 하얀 꼬마. 그 앳된 목소리로 “주상 전하. 소자. .”무릎을 꿇고 말 하는 꼬마. 그런 이미지들 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자 저는 당황했습니다. “맙소사 대학생이.” 저는 저의 지식 수준을 남이 볼까 부끄러워 냉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늘 이런 식으로 저에게 허점이 숭숭 뚫려 있다는 점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책을 천천히 읽어가며 다행스럽게도 양녕과 사도 세자, 정조, 소현 세자 등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대개 드라마로 제작된 것으로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책을 읽으며 제가 세자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는 사실을 끝내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몰입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대왕 세종’ 이란 드라마를 보며 ‘이제’에게 “넌 왕이 되지 못할 인간이다.” “그래 그게 좋은 선택이다.” 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엔 단순히 ‘이제’라는 특정한 대상이란 생각이 있었습니다. 말이 조금 이상한데 다시 말하면 즉 타고나길 이상하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저의 생각을 허물어졌습니다. 저자는 ‘북방의 호인’의 피란 식으로 자주 언급하지만 굳이 ‘북방의 호인’이 아니어도, 보통의 인간이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같이 넓디 넓은 궁을 오가며 안부를 묻고 옷을 입기 위해 수분을 투자하고 매일 쉼 없이 이론적인 공부를 하고 정무를 보고 밤에는 일로써 왕가의 혈통 보존을 위한 작업을 하고 왕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짧았다는 데 그 말이 절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하라고 하면 손 사례를 치며 다른 이에게 떠밀 것입니다.
이런 저와 달리 그것이 권력에 대한 욕심이건, 스스로의 의무 복종 내지는 수행에 대한 자각이건 간에 하려 했다는 그들이,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었다 하더라도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당시에 자신의 미래에 대해 모르는 인간은 없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 속에서 오히려 ‘세종’이 특수한 케이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이 범인의 눈에는 솔직히 “어떻게?” 라는 탄식과 ‘이상한 인간’으로 비춰졌습니다.
왕가의 피란 특혜임과 동시에 너무나 잔인한 것으로서 물론 당시와 현재의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본질은 인간이기에 생각해보면 생체적으론 인간, 즉 본능이 있고 욕망이 있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옭아매는 제제를 수용하며 동시에 짜증 유발의 근원인 백성에게 서비스한다는 것은 정말 이상합니다. 이제는 ‘연산군’이 이해가 됩니다. 그게 인간이지 않을까요?

이 책은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의 기록과 주변 상황들을 사료에서 찾아봄으로써 그와 당시에 살았던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고 저는 만족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역시 당시에 살았던 사람처럼 “너희는 혈통이 다르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그들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는 그들이 비 민주주의 적으로 세습되는 전통적 권한을 누리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를 위해?”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과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후계 구도에도, 그리고 재벌
가의 후계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위의 저의 시점에서 저는 그들의 비행이 이해가 됩니다.

끝으로 작가와 출판사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254P 정도의 분량에 많은 인물들이 적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뒷받침할 근거들은 부족해 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머릿속의 의문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깔끔했기 때문에, 그리고 공평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록된 사진 등이 깨끗하고 선명해서 좋았고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 했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로 ‘김영사’의 책을 읽는데 알지 못했던 출판사가 단 두 번으로 머릿속에 확실히 입력이 되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런 식으로 보답을 받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바람을 적어보자면 ‘김영사’에서 영국 일본 그리고 북한에 이르기까지 왕가 체제를 소재로 한 글과 ‘정도전’ 이하 조선 시대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꿈과 비전과 현재를 비교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글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부담이고 그릇된 시선이지만 그래도 보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