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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손에서 내려놓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은 “이것이 독일문학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독일 문학에 그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기억나는 것은 니체와 카프카 밖에 없어 딱히 뭐가 독일문학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닌 정말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문학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독일도 과거 분단 국가여서 우리나라와 닮은 꼴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생각을 달리 합니다. 그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고 해도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독일을 이해하기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시간이 아닌 과거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의 상황으로 옮겨와 생각을 해보려 해도 서로 어색한 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외국문학으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지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두 번쨰로 든 생각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어렵다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으로 저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분들께서는 술술 읽히시겠지만 저는 중간중간 ‘막힌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특히 여러 철학자와 시인 내지는 작가를 인용하는 부분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이것을 들고 나왔는지 몰랐습니다. 뒷장에 지문을 할애해 그것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소개된 인물 내지는 사건 등에 대해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은 다음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작가가 판사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철학에 일반인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작가의 철학적 대담 등 부분에서 약간 떨떠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이 선택한 시나리오의 원작이다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이것의 가치는 반증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볼 떄 그 영화의 감독과 배우가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은 그들의 안목에 믿음을 보내기 떄문입니다.
이 책은 한 번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단 한번 읽고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쩌면 참 우스운 행동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유명 쇼 안에서의 화재는 어머니와 불과 10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아이와 여자와의 성관계가 성학대인가 였다고 합니다. 한나가 나의 꼬마라고 하는 대목에서 사실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큰 문제가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가 미하엘을 도구 삼아 과거 자신의 위치를 되찾고자 하는 욕망을 지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국의 문학이고 거기에 심오하기 까지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기에 연구를 해볼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영원히 나의 책장에 꽂혀 나에게 수십 번, 나의 아이에게 수십 번 읽혀질 이 책은 독일, 사랑, 문학, 법 등의 것들에 대해 작가의 신중한 주제를 말해줄 것이며 읽고 또 읽는 사이에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책이 밉지 않다는 것은 읽고 난 이후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가 법과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상실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살았을까? 우리가 사랑에 대해 이렇게 고뇌하며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에 작가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