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의 시종 도키치로>
도키치로는
결심이 서자,
즉시
노부나가가 머무는 거성으로 향했다.
나무로
성책을 쌓아놓은 목책성이었다.
도키치로가
성 앞으로 다가서자,
양쪽에서
보초를 서던 초병이 창을 꼬나들고 수하를 했다.
“누구냐?
무슨
용무냐?”
“아,
예!
장사꾼이옵니다.
나카무라
출신으로 기노시타 도키치로라고 합니다.
실은
영주님께서 성에서 일할 인부를 뽑는다는 소릴 듣고 인부가 되고자 찾아 왔습니다.”
도키치로는
살살 웃어가며 말을 꾸며댔다.
“자네
들어봤나?”
수하를
하던 초병은 도키치로가 하는 말을 듣고 금시초문이란듯 반대편에 있는 초병에게 물었다.
“난들
아나!”
반대편에
서 있는 초병이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럼,
어떡하지?
잠깐
내 안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오겠네!”
확인
안 하고 잘못 처리했다간 경을 칠 수도 있었기에,
초병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초병이
확인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도키치로는 뒤가 켕겼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똥줄이
탔으나,
시침을
뚝 떼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될
대로 대라!
죽을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닌데,
거짓말
조금했다고 죽이기야 하겠냐?’
“보초
서기가 힘들지 않으세요?”
도키치로는
초병의 경계를 풀기 위해 특유의 붙임성을 살려 말을 걸었다.
“힘들어도
교대로 하니까 할만은 하네.”
“저는
나카무라 출신인데,
저잣거리에서
바늘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영주님을
뵙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상대의 경계를 풀려고 실실 웃어가며 말을 거는데,
“저리
물렀거라.”
초병은
그의 말에 더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경계하며 무뚝뚝하게 서 있는 초병의 경계를 풀게 하려고 이리저리 궁리를 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런
차에 성 안쪽에서 머리를 단정히 땋아 올리고 칼을 찬 사무라이가 아까 들어간 초병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저
놈입니다.
저
놈이 인부를 모집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초병은
창으로 도키치로를 가리키며 사무라이에게 고했다.
“너
이놈.
어디서
인부를 구한다는 소리를 들었느냐?”
칼을
옆구리에 찬 사무라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키치로의 위 아래를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는
의심이 섞인 심문투로 물었다.
첩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분명했다.
“네,
소인은
원래 오와리 나카무라 출신으로서 저잣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성에서
인부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 왔습니다.”
도키치로는
능청스럽게 거짓말로 둘러댔다.
“저잣거리에서
그런 소문을 들었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사무라이는
도키치로가 태연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초병들에게 명령했다.
“저놈을
잡아서 안으로 들여라!”
사무라이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은 초병들은 즉시 창을 꼬나 쥐고 도키치로를 노렸다.
“이놈,
꼼짝
말거라.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이 몸에도 이로울 것이다.”
초병들은
양쪽에서 창으로 경계를 하며 다가왔다.
도키치로가
순순히 따르자,
창끝을
그의 몸에다 대고 창날로 툭툭 치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십니까?”
도키치로는
고분고분하게 병사들의 지시대로 따르면서도 자신이 결백하다는 뜻으로 변명을 했다.
“네,
이놈.
주둥이를
닥쳐라.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된다.”
실눈을
뜨고 뒤 따라오던 사무라이는 느물느물해 하는 도키치로를 보고 언성을 높여 꾸짖었다. 초병들은
도키치로를 성문 안으로 몰고 들어갔다.
안쪽에
있던 초병들에게 도키치로를 인계하고는 그들은 다시 성문 밖으로 나갔다.
성안은
성 밖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삼엄한
경계태세였다.
“이놈을
포승줄로 묶도록 하라.”
성안으로
들어서자 사무라이는 도키치로를 포승으로 묶도록 하였다.
첩자일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어이구,
제가
무슨 죽을죄를 졌다고 포승을 거십니까?”
“조용히
해라.
이놈!”
졸지에
포승으로 결박된 도키치로는 오른쪽 왼쪽으로 꼬불꼬불하게 굽은 길을 따라 점점 안쪽으로 끌려들어갔다. 성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었다.
여기저기
목조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자 앞쪽에 돌로 단이 쌓아져있고 그 둔덕 위에는 영주가 머무는 천수각이 위로 솟아있었다.
“이제
됐다.
여기
꿇려라!”
도키치로를
끌고 간 사무라이는 천수각 아래쪽 단층 목조 건물 앞에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은 쪽마루로 가 앉았다.
병사들은
도키치로의 어깨를 창대로 눌렀다.
무릎이
꿇려졌다.
그러자
여기저기 사방에서 칼을 차거나,
창을
든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
“소스케,
잘
왔다.
저놈의
목을 벨 준비를 해라!”
“첩자입니까?
잘
알겠습니다.”
소스케라고
불린 사내는 정수리를 보기 좋게 싹 밀고 머리를 땋아 올린 젊은이였다.
그는
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도키치로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칼을 스윽 뽑아 들고 칼등을 그의 목뒤에 천천히 갖다 대었다.
도키치로의
목 힘줄이 퍼렇게 일어섰다.
목이
서늘해져왔다.
도키치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너
이놈 장터에서 인부를 구한다는 소릴 듣고 왔다 했으렸다?”
사무라이는
비수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시 물어 왔다.
“네,
이놈.
이실직고
하렸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똑바로 밝혀라.
만일
한 치라도 거짓을 늘어놓는다면,
그
목은 떨어져 땅바닥에 구를 것이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실은
인부를 구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아니고 성에서 일하고 싶어 찾아온 것입니다.
거짓말을
안 하면 성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 같아 그랬습니다요.”
도키치로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사실을 고했다.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싹싹
비는 시늉을 하면서 목숨을 구걸했다.
설마
죽기야 하겠는가 했는데 서슬이 퍼런 칼이 목에 닿자 겁이 덜컹 난 것이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단숨에 목이 떨어질 형세였다.
“제발
노여움을 푸시고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두
팔이 뒤로 묶인 도키치로는 방아깨비가 방아 찧듯이 연신 머리를 땅에 박았다간 들어 올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얼굴은
완전 우거지상이 되어 영락없는 비루한 원숭이 모습 그대로였다.
‘이
자식,
이거
완전 원숭이 아닌가?’
도키치로가
울상이 되어 얼굴이 찌그러지자,
사무라이는
그 얼굴을 보며 기괴하다고 느낄 때였다.
“무슨
일로 이리 소란 스럽느냐?”
미성이었지만,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호기심
많은 청년 영주 노부나가였다.
영주의
숙소인 천수각에 있다가 웅성거리는 소릴 듣고 궁금해서 직접 내려온 것이었다.
“주군,
별일
아니옵니다.”
사무라이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이놈이
수상해서 심문 중입니다.
성에서
인부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미심쩍은 데가 많습니다.
어쩌면
첩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놈인가?
네
이놈,
고개를
들어봐라.”
노부나가가
앞으로 성큼 다가와 들고 있던 말채찍으로 도키치로의 턱을 들어 올렸다.
“전하!
저는
첩자가 아니옵니다.
다만
전하의 밑에서 일을 하고 싶어 찾아 왔을 뿐입니다.
오와리
나카무라 출신입니다.
정말입니다.”
채찍
손잡이에 얼굴이 얹어진 도키치로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다.
속으로는
이젠 죽었구나 싶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거의
울음이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
울상이
되어 사정을 하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보던 노부나가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너,
사람이
맞느냐?”
“네?”
“너,
원숭이가
아니더냐?”
“네?”
“우하하하하하하.
너는
사람이라기 보단 원숭이 그대로다.
그것도
털이 다 빠진 늙은 잔나비.
우하하하하하하?
너
나이가 몇이냐?”
“네?
아,
예.
열여섯
아니,
열일곱
이옵니다요.”
“열일곱?
그런데
왜 이리 늙었느냐?
너야말로
겉늙은 잔나비로구나.
우하하하하.”
노부나가가
도키치로의 얼굴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놀리며,
웃음을
터뜨리자 옆에 있던 가신들과 병사들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
저는
첩자가 아니옵니다.
저를
믿어주시고 우선 이 포승을 풀어 주시면 제가 재미나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고?”
“예,
제
얼굴이 원숭이를 닮아서 그런지,
원숭이
춤을 잘 춥니다.”
“원숭이
춤?”
노부나가는
‘원숭이 춤’이라는 소릴 듣고 질문하듯이 주위에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들도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엇이더냐?”
“이걸
풀어주시면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포박이 풀리자,
도키치로는
손을 땅에다 대고 머리를 숙여 고맙다는 의사 표시를 한 후,
손을
털고 일어났다.
이어서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다리를 구부려 원숭이 흉내를 냈다.
원숭이처럼
‘끼엑,
끼엑’
괴성을 지르며 마당 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마츠시다
성주 밑에 있을 때,
아녀자들
앞에서 자주하던 재롱이라,
익숙한
동작이었다.
그가
원숭이 흉내를 내면 보는 사람마다 배를 움켜쥐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와하하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하하,
저놈
좀 보아라!”
“퀴키키,
퀴키키”
노부나가가
재미있어하자,
도키치로는
한 술 더 떠 괴성을 지르며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흙을 주워 먹는 시늉을 하였다.
또
가만히 있는가 싶으면,
등에서
털을 뽑아다가 이를 잡는 시늉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을 개의치 않는 영락없는 원숭이 모습 그대로였다.
“와하하하,
그놈
재밌는 놈이구나.
죽이긴
아깝다.
아사노,
그대가
거두어 두어라.
성내에
두고 잡일이라도 시켜라.”
호기심이
많은 노부나가였다.
그는
재밌는 놀이감을 발견이라도 한 듯 만면에 희색을 띠고 도키치로를 끌고 온 사무라이에게 명령하였다.
“전하.
그러나
저놈이 누구인지,
또
무슨 목적으로 여길 왔는지 아직 아무 것도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첩자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심문을 한 후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도키치로를
심문하던 아사노라는 사무라이가 정색을 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아사노,
무엇이
그렇게 두렵더냐?
첩자가
그렇게 무섭더냐?
하물며
저 잔나비가 첩자라 하자.
그렇다면
여기 두고 우리가 이용할 생각은 왜 못 하느냐?
두말
말고 따르도록 하라.”
젊은
군주의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아무런 검증이 안 된 자를 성내에 머물게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전국시대
가신들의 사고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노부나가는
그만큼 대범했다.
아니
괴팍했다.
나이
든 가신들일 수록 노부나가의 행동과 판단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아,
잘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노부나가가
단호하게 말을 끊으며 재차 명을 내리자,
아사노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고는 물러섰다.
불같은
성격의 젊은 군주였다.
까딱
잘못하여 명령을 거역하는 것으로 오인되면 용서 없었다.
아사노는
더 토를 달지 않고 따르기로 했다.
계속
자기주장을 하였다간 그 자리에서 목이 떨어 질 수도 있었다.
제 47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