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미치광이 영주

 

오와리 지역의 맹주인 오다가는 신흥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주변 지역을 공략해 그 세를 점점 확대하여 나가는 중이었다. 원래는 지방관으로 파견된 오다 가문이 전국시대로 접어 들자, 교토 동쪽 지역의 맹주로 등장했다. 
도키치로가 고향을 떠나올 때는 오다 노부나가의 선친인 노부히데가 영주였다. 그의 친부도 선대인 노부히데가 출정한 전투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입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던 터였다. 
노부히데의 장자로서 새롭게 영주가 된 노부나가에 대해서는, ‘바보, 멍청한 말썽꾸러기.’라는 좋지 않은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 
당시 일본의 관례는 장자 상속으로, 장자가 가문을 이어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성주의 장자는 어린 시절부터 제왕학을 위해 학문에 힘쓰는 것은 기본이요, 게다가 전국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며 검술과 승마술 등 무예도 익혀야 했다. 영지의 통치를 위해서, 그리고 가문을 떠받치는 부하 사무라이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영주에 걸맞은 행동을 요구받았다. 
그런데 노부나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모든 것들을 무시했다. 검술과 말을 타는 것은 좋아했으나, 형식에 얽매이는 것과 통제받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는 기존의 모든 관행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걸핏하면 괴팍한 행동을 해, 노부나가를 곁에서 모시는 중신들을 곤경에 빠뜨리곤 하였다. 
가장 곤란한 문제가 성주의 장자로서 차려입어야 될 의관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천조가리 비슷한 허름한 저고리를 몸에 걸치고는, 허리는 끈으로 동여맨 채, 칼과 호리병을 허리춤에 찔러 넣고 저잣거리를 활보했다. 배가 고프면 좌판에 있는 오이나 참외 등을 집어 껍데기째 먹었다. 그마저도 없으면 무나 야채도 마다하지 않았다. 


“저게 영주의 장자란다. 거지새끼가 따로 없구먼, 그려.


사람들은 노부나가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니 노부나가의 교육을 부탁받은 중신들은 영주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주의 아들을 때려서 가르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참으로 진퇴양난이었다. 
이런 중신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부나가는 틈만 나면 저잣거리로 나갔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모아 씨름판을 벌이는 것도 좋아했다. 스스로 상금을 걸어놓고 씨름판에서 우승한 자에게는 상을 주었다. 혹자는 그런 것이 모두 나중에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장정들을 모으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니, 그거야 누가 알 수 있으랴? 
아무튼 노부나가의 그런 괴이한 행동 때문인지, 그의 주변에는 힘깨나 쓰는 왈패와 불량배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아도 노부나가를 따라다니며 시키는 대로 힘자랑을 하면, 상품이나 상금을 받을 수가 있었으니, 그들로서는 노부나가가 부처님보다 더 고마운 존재였다.

 
“노부나가님이야 말로 우리들의 오야붕(대장)이다. 


그러나 많은 저자 사람들은 노부나가의 기행에 대해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였다. 권력을 이어 받을 영주의 장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저잣거리에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노부나가의 대한 험담이 자자했다. 


‘영주의 장자가 멍청할 뿐 아니라, 망나니들과 어울려 저리 법석을 떠니, 그 자리가 오래 못 갈 것이다. 
“저 또 나타났네 그려. 
“누가? 
“저것 좀 봐! 노부히데님의 적자인 노부나가 도련님이 나타나 저잣거리가 시끌시끌하잖아. 
“에구, 저 망나니가 오늘은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오늘도 장사는 글렀네. 빨리 물건 걷어치우고 피해야겠구먼. 
“그러게 말이네. 또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우리만 손해지 뭐! 
“그래도 도련님은 우리 장사꾼 물건은 안 건드리잖아, 그러니 그냥 있어도 괜찮지 않겠어? 
“아무튼 씨름판이 벌어지면 장사는 날 새는 거여. 
“그래 그 말이 맞아! 씨름판 주변에 사람이 몰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가 싸움판이 벌어지고, 물건 상하면 우리만 손해지 뭐! 어차피 오늘 장사는 끝난 것 같네, 빨리 걷어치우고 스루가로 넘어가 봐야 겠네. 


도키치로도 과거 행상을 할 때, 여기저기 장터를 다니면서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바늘 행상을 할 때는 멀리서 그의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기억 속에는 ‘망나니’로만 각인되어있었다. 
그런데 그 노부나가가 오와리의 성주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우스꽝스런 복장이 기억에 어렴풋이 담겨있었다. 노부나가의 모습은 도키치로의 눈에도 우습게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주 직을 이을 적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 악동의 망나니 그대로였다. 
기억을 더듬는 그의 뇌리 한편으로 날카로운 눈빛이 떠올랐다. 노부나가의 눈빛이었다. 눈매가 날카로웠고 살아있었다. 도키치로는 노부나가의 눈빛을 기억해 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바보 천치, 말썽꾸러기, 망나니’의 눈빛과는 달랐다. 
그러고 보니 체형도 늘씬하고 잘 단련된 근육질의 몸매를 하고 있어, 자신과는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멍청한 망나니만은 아니다. 


도키치로의 되살려진 기억 속에 떠올려진 노부나가는 자신보다 두세 살 위의 모습이었고, 복장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단순한 망나니만은 아닌 무언가를 내면에 감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키치로는 즉시 주변 지역의 정보를 꿰차고 있는 마츠시타의 중신 야기누마를 찾아가, 은근 슬쩍 오와리의 정세와 노부나가에 대해 물었다.


“야기누마님. 오와리의 새 성주 노부나가님이 멍청이라는 소문이 자자한데, 중신들이 왜 성주 자리를 넘기도록 가만히 있었을까요?
“글쎄, 누가 알겠느냐? 다만 부친상을 당한 노부나가가 장례식장에서 부친의 영정에 향을 바치는 대신, 재를 뿌렸다고 한다. 불효막심한 행위지! 
“그래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있습니 까? 
“그로 인해 교육을 맡았던 중신 히라테(平手)가 보다 못해 자신이 잘못 가르쳐 그런 것이라며 할복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새 성주의 모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직접 보지 않고 그 진위를 누가 알 수 있겠느냐? 


야기누마의 말을 듣고 난 후, 도키치로는 노부나가라는 인물이 더욱 궁금해졌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의 그였다. 


‘일단 가자. 가서 확인을 해보자. 망나니라면 곧 무슨 사단이 날 것이고, 그러면 오히려 기회는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곳에 있어 봤자 기회는 없다. 


도키치로는 그 길로 보따리를 싸, 성주인 마츠시타에게 하직 인사를 했다. 


“고향 집에 일이 생겨,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보살펴주신 영주님의 은혜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마츠시다는 조금 아쉬웠으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도키치로를 만류할 명분이 없었다. 


“모든 일이 수습되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라. 


도키치로는 성주의 허락을 받자, 그 길로 오와리로 향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16세였다. 또래보다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했다. 게다가 얼굴이 쭈글쭈글 해 힐끗 보면 나이 먹은 중년으로도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도키치로는 오와리 국경을 넘어서면서 간자로 의심 받을 것이 두려워, 보따리를 어깨에 걸쳐 메고, 예전 장사꾼의 모습으로 변복을 했다. 
오와리에 들어서서는 고향집이 지척임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장이 서는 저잣거리로 향했다. 그리고 노부나가에 대한 소문과 정보를 수집했다.

 
‘망나니 성주, 노부나가.


노부나가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는 여전히 안 좋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가끔 다른 평가도 없진 않았다. 


“비범한 주군이다. 천하를 통일할 인물이다. 노부나가님이 천하를 통일하여 전쟁없는 태평성대가 시작될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떠도는 소문을 듣고 옮기는 사람들은 모두 전자인 망나니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직접 노부나가를 보았다거나, 그를 접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오와리로 넘어온 도키치로는 행상을 하면서 한동안 열심히 귀동냥으로 소문을 모았다. 그는 노부나가가 어떤 인물인지 세심히 살피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시장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더니,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부나가님이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섰다. 한 가운데를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한쪽 어깨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다다닥, 다다닥. 


중신의 복장을 한 가신들이 말을 탄 채 그 뒤를 열심히 따르고 있었다.


“허, . 이 오와리가 어떻게 되려고 저러는가?


저잣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노부나가가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성주가 되었음에도 복장은 망나니 복장 그대로였다. 
도키치로도 말을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노부나가를 멀리서 보 았다. 복장은 우스울지 모르지만 말을 탄 자세에는 위엄이 서려있음을 느꼈다. 


‘말을 저렇게 잘 타고, 위엄이 서려있는 걸 보면 멍청이는 아닐 것이다. 만일 멍청이라면 이곳이 이렇게 번창할리가 없다. 새롭게 저잣거리를 넓히고 세금도 싸게 해, 각처의 장사꾼이 이곳에 몰려 와 나날이 번창하고 있지 않는가? 그로 인해 오히려 세수입은 더 늘어나고……. 
‘명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키치로는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판단에 운명을 맡기기로 작정했다. 그는 즉시 좌판을 거두었다. 


“부딪쳐보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제 46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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