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방물 장사 히데요시>

 

이름을 개명한 도키치로는 곧장 스루가국으로 들어간 후, 처음에 장작을 파는 일을 시작했다. 큰 자본 없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사였기 때문이었다.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 도끼로 보기 좋게 패어 장작을 만든 후 시장에 내다가 파는 일이었다. 어린 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열심히 하였다. 그러나 나무를 베다 파는 일은 힘도 많이 들었고, 고생한 만큼 수입도 많질 않았다. 게다가 텃세가 심하였다. 나무를 베러 산에 올라갔다가 덩치 큰 나무꾼들을 만나면 슬슬 꽁무니를 빼고 소득도 없이 하산해야 했다. 산에서는 힘이 곧 법이었다. 체구가 작은 그는 나무조차 쉽게 벨 수가 없었다.


‘무슨 장사를 해야 생계에 위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고심을 하던 그는 장터에서 소문을 모았다. 


“떠돌이가 할 수 있는 장사 중엔 바늘 장사가 으뜸이지.


도키치로는 손바닥을 쳤다. 즉시 지니고 있는 밑천을 탈탈 털어 바늘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귀족을 제외한 서민들은 모두 집에서 직접 옷을 지어 입었다. 그러기에 바늘은 집집마다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 또한 바늘은 부피가 크질 않았다. 덩치가 조그만 도키치로서는 휴대하기 좋았다. 그에게 안성맞춤의 장사였다. 장작 장사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패다가 가까운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었다. 시장과 가까워야 운반하는데도 일손이 적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가 없어 한곳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바늘 장사는 오히려 한곳에 머물어서는 망하기 십상이었다. 바늘은 소모품도 아니었다. 부러지지 않는 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만큼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해야만 했다. 발이 빠른 그는 각처를 돌아다니며 고객을 확보했다. 그만큼 활동영역이 넓다 보니 그의 귀로는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이거야 말로 내가 원하던 장사 아닌가? 


부지런한 그는 손님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천리를 마다않고 찾아갔다. 타고난 천성으로 붙임성이 좋았던 그였다. 수완도 뛰어나,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바늘만 취급했으나, 점차 품목을 늘려나갔다. 아낙네들이 장식품을 원하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방물도 함께 취급했다. 눈치가 빨랐으니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조달해 주었다. 그와 거래를 하는 손님 들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의 수완에 만족해했다. 그는 신용을 첫째 신조로 여겼다. 그러다보니 고정 고객도 많이 생겼다.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이문을 얻기 시작했다. 
도키치로는 행상을 하는 한편으론, 소문도 주워듣고, 필요한 정보도 모으곤 하였다. 이문이 꽤 쏠쏠했으나 웬일인지 품에 돈이 들어와도 마음은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내 야심은 장사로 돈을 벌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성공은 사무라이가 되어 일국의 성주가 되는 일이다.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수집한 소문과 정보를 배경으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그는 자신도 출세를 하면 성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도키치로는 출세를 위해서 사무라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결심이 서자 바로 바늘 장사를 집어치웠다. 그리고는 장사를 하면서 만들어 놓은 인맥과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이 의탁할 만한 성주를 찾았다. 바탕없고 가문 없는 농민 출신인 자신을 받아들여 줄 성주를 물색하여야만 했다. 그가 쳐놓은 그물에 걸린 게 성주 마츠시타 카헤이(松下嘉兵衛)였다. 마츠시타는 도토미국(遠江國-현 하마마츠지역)에 있던 히쿠마성(引馬城)의 지성인 즈다절(頭陀寺)의 영주였다.


“비록 작은 성의 성주이지만, 인품은 거대한 성의 성주를 맡겨도 부족하지 않은 성군이다.


마츠시타의 인품을 사람들은 높게 평가했고, 그 평판이 도키치로의 귀에도 들어온 것이다. 


‘그러한 성주라면 신분 차별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나 같은 농민 출신이라도 능력만 제대로 발휘하면 충분히 인정을 해 줄 것이다.


도키치로는 마츠시타의 수하로 들어가기로 작심을 하고는 행상을 하던 품목들은 모두 처분해, 약간의 돈만을 챙겨, 그 길로 마츠시타의 거성인 즈다절로 찾아갔다. 


‘아무리 성군이라지만, 나 같은 근본도 모르는 놈을 받아줄까?


내심 걱정이 없진 않았다.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부딪쳐야 한다, 부딪치지 않고는 아무것도 시작 되지 않는다.


장사꾼의 속성이 그랬다. 


‘조금이라도 이문이 보이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라는 게 그들의 신조였다. 그러한 체질과 습관이 뼛속 깊이까지 배어있던 도키치로였다. 
가신이 되고자 찾아왔다는 도키치로를 본 마츠시타는 그의 능력보다는 원숭이같이 기묘한 그의 생김새에 먼저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자 임기응변에 강한 도키치로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외모를 이용할 꾀를 내었다. 원숭이 닮은 얼굴을 비관하고, 숨기는 것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무얼 못하랴 하는 각오였다. 어린 시절 부터 ‘원숭이 닮았다.’라는 소리를 그토록 싫어했지만, 그는 즉흥적으로 궁리를 해 혀를 잇몸 위를 내밀고, 손을 흔들며 원숭이 흉내를 냈다. 그가 흉내 내는 원숭이 짓은 얼굴도 얼굴이려니와 동작 또한 진짜 원숭이로 착각할 정도로 똑같았다. 진짜 원숭이 뺨칠 정도였으니, 그의 흉내를 보고 배를 잡고 웃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고 못할쏘냐. 


환심을 살 수 만 있다면 못 할 게 없었다. 장사를 통해 터득한 가치관이었다. 


‘이문을 위해서는 벨이야 못 빼주랴. ‘자존심이 밥 먹여 준다더냐? 그 따윈 관심도 없다. 
‘머리 회전이 빠른 놈이로군. 


도키치로의 즉흥적인 행동을 보고 마츠시타는 그 나름대로 도키치로가 눈치가 빠른 인물이라는 것을 바로 간파해 냈다. 그는 도키치로의 임기응변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성에 머무르면서 멸사봉공하도록 하라. 


마츠시타는 도키치로가 용모는 기괴했지만 밉지가 않았다. 게다가 풍자와 해학적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즉석에서 도키치로에게 하인 노릇을 하도록 허하였다. 아무리 혼탁한 전국시대라 할지라도, 독립된 성을 다스리는 성주의 하인으로 발탁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외부에서 날아들어 온 출신 성분을 알 수 없는 자가 성주를 가까이서 모시는 하인이 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마츠시타의 그릇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이 날카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주는 도키치로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붙임성과 영리한 두뇌, 그리고 민첩성을 높이 평가해 자주 불러 가까이 했다. 도키치로 역시 성주의 그런 마음을 어렴풋이 읽어내고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항상 남보다 더 생각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언제나 성주의 의중을 읽어내려 노력하였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성주의 지시가 있기 전에 미리 알아서 준비해 놓았다.


“말을 준비하라.“네, 이미 밖에 대령해 놓았습니다.


성주가 가신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출타할 것을 예측해 앞서 말을 준비해 놓거나, 출타가 끝나 돌아올 즘이면 미리 목욕물을 끓여놓았다. 


‘호오, 과연 눈치가 빠른 놈이구나. 내 눈이 틀리진 않았어. 


점점 도키치로에 대한 성주의 평가가 높아지니, 다른 하인들이 부러워도 했고, 질투도 했다. 게다가 마츠시타는 가끔 자신의 정실과 시녀들이 머무는 내전으로 도키치로를 대동하고 갔다. 그리고는 그 앞에서,

“도키치로! 원숭이 흉내를 내보아라.
“하아.
“우하하하하. 어쩜 저리도 똑같을 수가 있을까? 오호호호. 


원숭이 흉내를 내며 우스운 몸동작과 해학적으로 연극을 하면 아녀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자연 도키치로는 성주뿐만 아니라 성주 주변의 아녀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러자, 같은 하인들뿐만 아니라 성주의 중신 사무라이들도 조금씩 도키치로를 경계하고 견제했다. 


‘흥, 한심한 것들. 


자신을 질투하는 그들을 보고 도키치로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이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 


그는 사무라이가 될 야망을 품고 있는 자신을 한낱 원숭이 흉내나 내는 재롱둥이로 보고 그것을 질투하는 자들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을 한낱 광대처럼 부리는 성주에게도 실망을 했다. 


‘이곳은 내가 원하던 기회는 없다. 나 같은 미천한 자에게 기회 가 없다는 것은 출세도 없다는 의미다. 지금의 신분에 만족한다면 이곳에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곳에서는 신분상승은 없다. 사무라이로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성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였지만, 성주인 마츠시다의 인품과 성내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전국시대에 미천한 출신에서 사무라이로 신분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공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공을 세우는 첩경은 싸움터였다.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그 수완을 인정받아야 출세가 가능했다. 그런데, 성주인 마츠시다는 싸움을 통해 영지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안정 지상주의로 현상 유지에 만족했다. 원래 사회나 조직이 혼란스러워야 변화가 일어나고, 신분의 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혼란 속에서 수완을 발휘하는 자가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평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기득권 세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치세 속에서 나 같은 놈이 출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키치로는 하층민 출신인 자신이 사무라이로 출세하기 위해서 는 싸움을 통해 공을 세우고 수완을 인정받아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사회의 변혁과 혼란이 없으면 출세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는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 더 빠르리라. 


그는 마음을 정리하고, 성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 그때 자신의 고향인 오와리의 소식이 귀에 들려왔다. 


‘오다 노부히데가 타계하고 그의 장자인 노부나가가 영주가 되었다. 


오와리는 도키치로의 고향이었다

 

제 45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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