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농민의 자식 히데요시

 

 

 대나무로 빽빽하게 차 있는 야트막한 언덕을 뒤로 하고, 비스듬한 사면에 오두막이 한 채 쓰러질 듯 서 있었다.

가느다란 대로 얼기설기 거칠게 얽어 놓은 울타리도 오두막을 따라 옆으로 비스듬히 둘러쳐져 있었다.

오두막은 넓은 판자로 외벽을 대신하고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인적이 끊긴 소금 창고처럼 보였다.

그런데 울타리 뒤 언덕 쪽으로는 땅을 파헤쳐 만들어진 조그만 밭도 보였고, 언덕 아래쪽으로는 작지만 수전도 개간되어 있었다. 오두막 앞길은 수전의 경계를 나누는 논길과 이어져 있었다. 
판자로 얽어진 염전의 움막 같은 집 앞에서 찔끔찔끔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훔쳐 내는 사내가 있었다. 혼자였다.

나이 삼십 줄로 보이는 그는 화덕 앞에 앉아 대통을 입에 대고 열심히 후후 불고 있었는데, 그가 복어의 볼록한 배처럼 입을 부풀린 다음 ‘훅훅’ 힘을 쓸 때마다, 화덕 위에 걸려 있는 불통에서는 불길이 혀를 날름거리듯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곤 하였다.

사내는 얼굴 위로 흐르는 땀을 훔쳐내면서도 걱정되는 듯한 눈빛으로 판잣집 쪽을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한동안 똑같은 동작을 계속하던 사내가 갑작스레 대통을 놓고는 벌떡 일어섰다. 키는 작았으나, 몸은 단단해 보였다. 그는 주저 없이 무쇠 솥위에 얹어놓은 나무 뚜껑을 손으로 휙 들어올렸다.

그러자 솥에서 뜨거운 김이 아침 물안개처럼 ‘훅!’ 하고 피어올랐다. 김을 피해 얼굴을 돌리더니 실눈을 뜨고 솥 안을 살피면서 곧 집게손가락을 펴, 물속에다 살짝 담갔다가는, 


“어, 뜨거, 뜨거.” 


하며 촐랑댔다. 손가락에 묻은 뜨거운 물을 탁탁 털어내는 시늉을 하고는 저고리로 손을 꼬옥 감싸면서도, 얼굴은 심히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판잣집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만 하면 물은 끓었고…,

 근데 왜 아무 소식이 없나?” 


사내는 혼잣말을 하면서, 까치발을 하고는 사뿐사뿐 집쪽으로 다가갔다. 판잣집 문으로 보이는 쪽문은 열려져 있었지만, 안쪽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넓은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내는 아랑곳없다는 듯 거리낌 없이 천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안쪽에 대고 소리를 내질렀다. 


“물은 다 끓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나요?” 
“재촉 말고 진득하니 기다리게나. 산모가 잘 먹질 못해서 그런 지 힘을 못 쓰네!” 


산파가 서두르지 말라고 책망하는 소리였다. 
사내의 이름은 야우에몽(彌右衛門), 오와리국 나카무라(현 나고야)의 농민이었다.

후에 일본을 통일하여 일본 전토를 통치하게 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생부였다. 

때는 1537년 봄, 야우에몽은 아내의 출산을 돕고 있었다.

그는 빈농이었지만, 이번만은 꼭 자신의 대를 이어 줄 사내아이가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첫 아이가 있었으나 딸이었다.

딸이 꼭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시대가 그랬다. 산파의 핀잔을 듣고 바깥뜰로 다시 나오긴 했지만, 야우에몽은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그는 안절부절못하고 앞마당에 놓인 화덕과 천이 내려진 집 문 앞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뱅뱅 돌았다.


“어허, 고자가 아침이면 없어진 마누라 찾으러 처가를 들락날락하기 바쁘다더니, 내가 그 꼴일세 그려.”


야우에몽은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던지 혼잣소리를 하면서도 가만있질 못했다. 그때였다.


“으앵, 으애앵.”


집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구, 드디어 나왔구나!” 


야우에몽은 급한 마음에 산파에게 묻지도 않고 화덕 위에 더운 물을 나무통에 옮겨 담았다. 잽싸게 나무통에 더운 물을 담아서는 쪽문 앞에 드리워진 천을 머리로 걷어 올리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더운 물을 가져왔습니다.”


나이 먹은 산파에게 물을 건네며, 곁눈으로 슬쩍 훔쳐보니 막 태어난 갓난아기는 산모의 옆에 누워 있었다. 

야우에몽은 무엇보다 먼저 태어난 아기가 사내아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곁눈질로 슬쩍 아기를 쳐다보던 야우에몽은 흠칫 놀랐다.

산모의 품으로 파고드는 아기의 모습이 흉측했기 때문이었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기대와 너무 다른 아기의 모습에 놀라 산파에게 아들인지 딸인지 묻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원래 아기들이 다 저런가?’ 


속으로 자문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기는 이마가 좁았다.

게다가 갓 태어난 갓난아기인데도 애늙은이처럼 얼굴에 주름이 죽죽 그어져 쭈글쭈글했다.

코는 푹 꺼져있었다. 코라기보다는 얼굴에 단지 구멍이 두 개 빠끔히 뚫려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할 것 같았다.

얼굴 양 옆으로 붙은 귀는 당나귀처럼 축 늘어져 마치 잘못 빚어놓은 개떡을 붙여놓은 형상이었다. 아이는 조그마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산모가 못 먹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갓 태어난 아기는 사람의 새끼보다는 짐승의 새끼 같았다. 


‘어쩜 원숭이 새끼를 닮았남. 그것도 못 생긴 원숭일 닮았네 그려.’ 


갓난아기의 모습을 본 야우에몽은 순간적이나마 기쁜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가 사람의 해산을 조산한 것이 아니라 짐승의 해산을 도왔나?’ 


해산을 조산해주던 산파도 갓 나온 아기의 모습을 보고는 착각을 할 정도였으니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들일세, 아들. 축하하네!” 


야우에몽이 사낸지 계집아이인지 묻지도 않고 뚱한 표정으로 있자, 산파는 얼른 아기의 생식기를 확인하고는 야우에몽에게 외쳤다.

 
“어, 그래요. 아무튼 수고 많았습니다.” 
“으아앙, 으앙.”


갓난아이는 마치 자신을 짐승에 비견하는 아비를 원망하듯 큰 소리로 울어 댔다. 생긴 것과 달리 아기의 울음소리는 아주 우렁찼다. 


“사내아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니, 울음소리만으로도 사내아이로서의 역할은 넉넉히 할 것이네.”


산파는 조금은 실망한 빛을 보이고 있는 야우에몽을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히요시마루(日吉丸), 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이름을 갖게 되지만, 어린 시절 그의 이름이었다.

태어나면서 원숭이를 닮은 얼굴을 하고 있어, 별명은 잔나비였다. 어린 시절부터 꾀가 많고 영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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