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화
<대마도주 > 사 신
대마도는 한반도 남쪽과 일본 규슈 사이에
있는 섬이다.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쪽에 가까웠으나 오래전부터 일본열도에 속해 있었다. 물살이 거센 현해탄 한가운데 불쑥 솟아올라 생긴
섬이었다. 섬에는 산이 많고, 산세가 거칠어 농지가 적은데다, 작물 재배가 가능한 토지조차 척박해, 그곳 사람들은 주로 바다에 의지해 해산물을 채취하며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명으로 츠시마(對馬)로 불리는 이 섬에는 육지에서 밀려 난 사람들이 모여
삶을 이루었다. 조선에서 밀려나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땅은 척박했고 작물은 적었다. 섬사람들은 항상 생활이 궁핍했다. 이들은 식량이나 물자가 부족한 것을 해결하는 데 필요에
따라 반도와 일본열도에 양다리를 걸치고 물자를 얻어왔다. 섬의 지배자인 도주는 항상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동태를
살피며 양쪽과 적당히 교류하며, 교역이나 조공을 통해 필수품 등을 조달해 왔다.
16세기 당시 대마도를 지배하는 도주는
소씨(宋氏)였다. 소씨는 조선과도 교린관계를 유지하며 일본과 조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왔는데, 일본을 통일한 히데요시로부터 난데없이 조선의 왕을
입조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
도주인 소 요시시게(宋義調)는 입장이 난처했다. 일찍이 도주직을 차남에게 양보하고
은거했었는데,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고 정세가 불안해지자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해 재차 도주로 복귀한 그였다.
히데요시의 서찰을 받아든 그는 히데요시의 요구대로
조선왕의 도해와 일본 입조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이거야말로 난제가
아니더냐?”
“조선이 이를 들어줄 리도 만무하고, 지난번 분란 이후 이제 겨우 조선의 신뢰를 회복한다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더냐….”
삼포왜란(1510년)과 을묘왜변(1555년)이 있고 난 후, 조선 조정이 단교를 선언하자, 주모자들을 포로로 잡아 바쳐, 겨우 화를 풀게하고 교역을 인정받고
있었다. 어떡하든 조선 조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교린을 유지해 왔던 도주로서는 참으로 진퇴 양난이었다.
“조선 조정에 히데요시
간바쿠(關白-히데요시의 벼슬) 나리의 서찰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가는 커다란 반발을 살뿐만이 아니라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튈 것입니다.”
“그렇다고 간바쿠 나리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니더냐. 만일 그랬다가는 영지가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 우리 가족까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도주인 요시시게와 차남인 요시토시는
히데요시의 서찰을 앞에 두고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였다.
“할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양쪽의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우리 뿐이니
조정을 해야겠다. 간바쿠의 뜻을 조선에 전달하되, 조선조정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서찰의 내용을
고쳐라.”
도주인 요시시게는 궁여지책 끝에 우선
히데요시의 서찰이 무례의 도를 넘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서찰 내용을 개서해 용어와 내용을 부드럽게 고쳐
썼다. 그리고 조선 조정 대신들과 안면이 있고 인맥이 넓은 가신 다나바타 야스히로(橘康廣)를 사신으로 삼아 조선에 파견했다.
사신이 된 야스히로는 도주 요시시게의
심복으로, 오랫동안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은 쉰 줄의 무장이었다. 체격은 크고 얼굴은 항상 술에 취한 듯 붉어 언뜻 보면
불화인 탱화에 등장하는 마왕 같았다. 원래 무인 출신이라 행동과 언행이
거칠었는데, 조선 조정에 지인이 있다는 이유로 사신으로 파견된 것이었다.
그가 도주의 서찰을 품고 대마도를 떠나 부산포에 도착한
후, 한성으로 오르기 위해 상주를 지날 때였다. 상주 목사 송응형(宋應泂)은 야스히로가 한성으로 올라간다는 전갈을 받았는 데
야스히로가 오래전부터 한성에 있는 조정 대신들과 친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그의 환심을 사려고, 국빈격으로 그를 접대했다. 목사의 특별 배려로 주안상이
마련되고, 관내에서 내로라하는 관기들이 특별히 뽑혀 야스히로의 양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주안이 시작되자, 관복으로 정장을 한 상주 목사는 야스히로를 매우 극진하게
대접했고 미리 언질을 받은 관기들은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자, 술잔을 올리옵니다.”
기생들이 간드러지게 교태를 부리며 술잔을
따랐고, 야스히로는 흡족한 표정으로 술잔을 받았다. 그렇게 술이 몇 순배 돌자 주안상의 분위기가
고무되었고, 이에 맞춰 가무가 시작되었다. 흥이 난 목사가 자신의 잔을 들이킨
후, 치렁치렁 늘어지는 관복 소매를 왼손으로 바치며 야스히로에게 자신의 술잔을 건넸다.
“자, 제 술을 한잔 받으십시오.”
야스히로는 기생들이 따라주는 약주를 거푸
마신 터라 이미 술이 거나한 상태였다. 송 목사가 내미는 잔을 한 손으로
받아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야스히로는 주안 석상에 관모를 쓰고 있는 상주 목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따라준 술을 주욱 들이키더니 술잔을 돌려주는
대신 관모 아래쪽으로 삐죽 나온 목사의 흰머리를 다시 한 번 빤히 쳐다보고는 주위에 다 들리도록 조선 말로 외쳤다.
“관모 밑으로 삐져나온 머리가 분칠해놓은
것처럼 하얗게 보이는구려. 나는 수년 동안 전장을 돌아다니느라 머리가 하얗게 세었지만, 대체 목사는 무슨 일로 머리가 그렇게 하얗게
세었소? 내 보니 주악과 기생의 치마폭에 파묻혀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머리털이 나보다 더 셌으니 이것이 도대체
웬일이오?”
“어허허, 거 별 말씀을 다 하시오.”
목사 송응형은 모처럼 준비한 향연에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야스히로가 조롱하는 것을 알고는 그의 무례함에 화가 치밀었으나, 그냥 속으로 꾹 참았다.
‘무례한 놈 같으니!’
야스히로의 무례함에 송응형은 기분을
잡쳤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모처럼 준비한 연회는 소득도 없이 파흥이 되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내가 상주 목사 따위를 상대할 처지가
아니다.’
술이 거나해지자 야스히로는
기고만장하였다. 도주의 서찰을 지니고 있는 자신이니, 스스로 일본을 대표하여 전권을 위임받은 특사로 여겼다. 거만함과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그는 상주 목사의 면전에서
면박을 주고는 곧바로 한성으로 올라왔다. 한양에 있는 왜관인 동평관에 머무르며 즉각 조정에 면담을
신청했다.
“대마도 출신의 야스히로가 일본국의 사절로서
면담 요청을 해왔소. 이를 어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공론을 정하시오.”
“대마도주의 벼슬이 일품이고, 태수이옵니다. 태수라 함은 수령에 해당합니다. 그런 연유로 수령의 전권을 받은
사절이라면, 수령과 동격으로 처우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야스히로를 사절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한 줄로
아뢰옵니다.”
대신들이 모여 야스히로의 처우에 대해 공론을
벌인 결과 대마도주의 지위를 감안해 그를 국가 사절로 대우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게 사절을 접대하는 절차에 따라서 국빈에
해당하는 연회를 베풀어 주기로 하였다. 예조에서는 외국의 사절을 접대하는 규범에 따라 악공을
부르고, 관기를 준비시켜 주안을 마련하는 등,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대접을
준비하였다. 국빈급에 해당하는 예식과 주안이 마련되자 야스히로는 매우
흡족했는지 표정에도 만족한 듯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기분 좋게 술이
몇 순배 돌았다. 분위기에 취해 과음한 야스히로는 술기운이 올랐는지 가뜩이나 벌건 얼굴이 더욱 벌겋게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역관을 통해 점잖게 말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즐겼는데, 제 버릇 개 줄까, 술에 취하더니, 언행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예조 대신들도 야스히로의 행실에 무례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그가 갑자기 주안상에 차려 놓은 산해진미를 왼쪽 팔뚝으로
쑥 밀어 한쪽으로 몰아 놓았다. 주안상 위의 음식 그릇이 넘어지고 쏟아졌다. 그의 돌발적 행동에 건너편에 앉아있던 역관이 깜짝 놀라
왜말로 물었다.
“왜 그러시오?”
그러자 야스히로는 역관의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른손을 품 안에 넣어 작은 주머니를 꺼내 주안상 위에 놓았다. 역관은 물론 접대를 하던 예조 대신과 관기들 그리고
뒤쪽에 있던 악공들까지도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어리둥절해하며 바라보았다.
“이게 무언 줄 아느냐?”
그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서는 손에 가득 집은 알후추(胡椒)를 술상 위에 뿌렸다.
“어머, 이게 무어야?”
“어머 호초네, 호초!”
주안상 양옆에 나란히 앉아 아양을 떨며 술을
치던 기생들이 술상에 뿌려진 후추를 보더니, 자리도 구별 못하고 예의도 모른 채, 서로 앞다투어 줍느라고 난리가 났다. 주안상 위에 그득히 쌓아놓았던 산해진미 요리가
엎어지고, 흩어졌다. 기생들의 치마저고리에 걸린 그릇이 상 아래로 떨어져 깨지면서 ‘쨍그랑’ 소리가 난무하고, 접대 자리는 한순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우하하하.”
이를 보고 있던 야스히로는
박장대소했다. 그리고는 재밌다는 듯 술잔을 들어 술을 주욱 들이키더니, 시커먼 수염을 쓱 문질러 닦고는 ‘크하하’
웃었다. 광기가 엿보였다. 그는 웃으면서 예조 대신을 보고 조롱하듯이 말했다.
“대감, 나라가 곧 망하겠구려. 기강이 이렇게 무너져 버렸으니….”
역관이 야스히로의 말을 곧이곧대로 통역하기가
곤란해, 온화한 투로 바꿔 전했다.
“역관은 말을 바꾸지 말고 내 말을 그대로 전해라.”
역관의 조선말을 이해하고 있던 그가 역관을
꾸짖었다. 역관은 어쩔 수없이 야스히로의 말을 그대로 다시 통역했다.
예조에서 애써 마련한 주안 자리는 그것으로 파흥이 되어
흐지부지 끝나버렸고 소문은 널리 퍼져 나갔다.
“무례한 놈 같으니.”
무장 출신인 야스히로는 오래전부터 대마도주를
따라 몇 차례 조선을 드나들어, 조선을 잘 알고 있었다. 싸움을 통해 잔뼈가 굵은 그였다. 그는 모든 것을 무인의 관점에서 보았고
이해했다. 그런 그에게 문과 예를 중시하고 무를 경시하는 조선의 풍습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오래전부터 조선의 군비가 형편없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일본같으면 벌써 누군가의 침략을 받아 무너졌을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히데요시가 군사를 이끌고 바다를
건너온다니, 조선은 그대로 망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도 문과 예만을 따지며 거들먹거리는 조정 대신들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었다. 그런 야스히로의 본심이 술에 취해, 외교사절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거리낌없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한편 야스히로가 지참한 히데요시의 서찰을 받아본 조선
조정은 통신사 파견을 요구하는 히데요시에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큰 비용을 들여 왜국에 통신사 파견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예의상 답신을 안 보낼 수도 없지 않소.”
“우선 통신사를 파견할 상황이 아니라는 답신을 보내고
추이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답신조차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도
있었으나, 논의 끝에 형식적이나마 답서를 보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히데요시의 통신사 파견 요구에는 바닷길이 멀다는 핑계로
에둘러 사신을 보내기가 어렵다는 답을 전했다.
조선에 들어온 후, 고자세로 일관하던 야스히로는 조선 조정에 있는 자신의
연줄을 통해 조정 대신들의 공론과 답서의 내용을 듣고는 얼굴색이 변했다. 만일 히데요시의 요구대로 답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사절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로 자신이 먼저 추궁을 받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사신을 파견한다는 답을 주지 않으면 나는
돌아갈 수가 없소.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살해당한 것으로 알고, 곧바로 히데요시님이 바다를 건너 쳐들어올 테니,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나는
모르오.”
그는 이대로 빈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주안 석상에서 부리던 호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가 떼를 쓰며 동평관에서 꼼짝하지 않자 그 또한 큰
골칫거리였다.
“우선 먼저 돌아가
계시오. 바닷길이 좋아지고, 상황이 나아지면 사신을 파견하도록 조정 공론을 정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시오.”
그래도 야스히로는 꼼짝하지
않았다. 조정에서는 그를 달래어 대마도로 돌려보내기 위해 조선의 관직과 뇌물을 주는 등, 갖은 회유책을 다 썼다.
야스히로도 처음에는 강하게 버텼으나, 시일이 차일피일 지나자 더는 고집만을 피우며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안돌아간다면 몰라도, 결국 돌아갈 것이라면 빨리 돌아가야 했다. 잘못하면 답을 기다리는 히데요시나 도주에게 꾸물거린
이유를 추궁받거나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구두 약속만을 얻은 채,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대마도에서 큰소리치며 떠났던 야스히로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오자, 도주는 히데요시에게 이를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입장이 난처했다. 도주는 고민 끝에 야스히로를 대동하기로
했다. 야스히로를 대동한 이유는 히데요시에게 추궁당할 것을 예견하여, 직접 보고를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조선 왕이 언제 바다를 건너온다더냐?”
히데요시는 아래쪽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요시시게와 야스히로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눈매가 날카롭게 치켜 올려져 있었다.
“그게, 그러니까 문제가 있어 바로 건너오지는
못하고, 추후에 상황을 보아 건너오겠다고 했습니다.”
“네, 이놈. 어디 그런 소리가 있더냐? 여기에는 바닷길이 험해 오지 못 한다고 쓰여 있지
않더냐. 너 이놈! 사절이란 놈이 글도 모르느냐?”
“아닙니다. 서찰에는 없지만, 구두로 저에게 직접 약속을
해주었습니다. 바다가 잠잠해지면 사신을 파견하겠다고…했습니다.”
“뭣이라고, 사신을 파견한다 했다? 저놈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조선의 왕을 건너오라 했지, 언제 사신을 파견하라고 했느냐?”
“그건…. 그게 사신을 먼저 파견하고 왕이 건너온다는
소리였습니다.”
야스히로는 고개를 돌려 요시시게를
보면서, 임기응변으로 더듬거렸다. 히데요시의 서찰이 대마도에서 개서되었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가 없어, 도주를 쳐다본 것이었다.
“조선 왕은 저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선 왕은 신뢰할 수 있는 자입니다.”
서찰이 개서되었다는 것을 히데요시가 아는
날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도주까지도 살아남지 못할 것을 잘 아는 야스히로는 말을 제대로 못 하면서 우물쭈물하였다. 게다가 관직과 뇌물을 받은 일도 있고
해서, 조선 조정에 대해 우호적으로 말하다보니 어느새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되고 말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히데요시가 이를 놓칠 리
만무하였다.
“저놈이 왜 저리 횡설수설하는
것이냐?”
히데요시는 고개를 돌려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요시시게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선 조정에서 야스히로에게 관직을 주면서
약속했다고 합니다.”
요시시게는 얼른 야스히로가 이번 사절 길에
조선의 관직을 받았음을 알렸다. 자칫 잘못하면 불똥이 자기에게 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데요시의 서찰이 개서되었다는 것이 발각되는
날이면 멸망이었다. 야스히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밖에 없었다.
“그랬었구나! 사절이란 놈이 뇌물로 관직을 받아 자신의 호의호식을
꾀하려 하였으니, 저런 놈을 어찌 사절이라 할 수 있느냐! 저놈을 살려두면 첩자질을 할테니 살려둘 수
없다. 저놈을 끌어 내 당장 목을 베라!”
“전하, 그렇지 않습니다. 관직은 제가 원한 것이 아니라 저쪽에서 맘대로 결정해 준
것입니다.”
그러나 용서란 없었다. 히데요시는 처음 야스히로를 접견했을 때부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공손하지 못한 태도가 눈에 거슬렸었다. 그런데 사절로 아무것도 얻어오지 못한 주제에 조선에서
관직까지 제수했다는 소리를 듣자, 화가 치솟은 것이었다. 야스히로는 그 길로 끌려가 참수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