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 화
반민 <포작 살동>
살동이 태어난 곳은 진도 앞바다에 면해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살동 역시 어려서 부터 물질을 배웠다. 싫든 좋든 바다가 생활 터전이었던 그는 걸 음마를 배움과 동시에 바다에 뛰어들어 물갈퀴질을 배워야만 했다. 생존 본능이었다.
살동의 부모는 원래 내륙에서 소작을 하던 농민이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조선 사회에서 농민은 나라를 지탱하는 중심이었다. 그러기에 소작을 하더라도 농민은 양민 대접을 받아 신분적 멸시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농토 한 점 없이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인들은 악독한 지주 밑에 있다가, 흉년을 만나면 먹을 게 없어 남의 집으로 문전걸식을 다니다 그대로 천민으로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살동의 부모도 흉년에 소작을 잃고 걸 식으로 전전하다가, 결국 바다까지 밀려왔다.
땅은 주인이 있지만 바다는 주인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했다. 소작을 잃은 농민들은 흉년 때마다 땅을 떠나 바다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보자기 소리를 듣게 된 것이었다.
살동이 채 열 살이 안 될 무렵의 일이었다. 그의 친부는 남쪽 해안으로 전복을 잡으러 떠났다가 배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같이 배를 타고 나갔던 사람들은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다.
그의 친부가 실종되고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부터 몸이 약한 친모는 원인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았다. 생활이 워낙 궁핍해 의원은 커녕 약 한 첩 제대로 써보질 못했다. 살동은 한약 한 첩이라도 써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살동이 열한 살 되던 해에, 살동의 어미는 입에서 피를 한 바가지나 쏟고 눈을 감았다.
“워메, 어린 새끼 하나만 나뛰불고 어찌 눈이 감겼단 말이냐. 워메, 어린 쩌것만 짠하게 됐구마.”
“그랑께 말이여. 어째사 쓰까?”
조실부모한 살동을 마을 사람들이 측은하게 여겨, 장례도 도와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곤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워메, 너 또 와부렀냐? 어째사 쓰까? 우리 묵고 죽을 것도 없응께, 인제 오지 말아라잉!”
“아따, 마을에 큰 혹덩이가 생겼구마.”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살동을 마을 사람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살동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동냥질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바다를 뒤졌다. 바닷가 근처에서 자랐기에 익숙한 바다였지만,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은 어린 살동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린 그는 깊은 바다가 무서워 물가 작은 바위를 찾아 물질을 했다. 발가벗은 채 코를 손으로 막고 숨을 잠시 멈춘 후 바다를 향해 냅다 머리를 거꾸로 처박았다. 그러고는 밑바닥을 향해 쉴 새없이 자맥질을 했다. 바다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허파가 다음에는 가슴 전체가 바닷물에 눌리는 듯했다.
바닷속은 공포가 되어 그를 엄습해 왔다. 그래도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바닷속을 훑었다. 바다가 허파를 억죄고 가슴이 답답해 왔지만 살동은 그 고통과 두려움을 참아냈다. 남들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깊은 바다 밑까지 잠수를 해야만 남보다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가 있었기 때 문이었다.
“푸우후, 콜록, 콜록.”
살동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언제나 입과 코로 들어간 물을 내뱉어 내느라 기침을 해댔다.
염기가 많은 바닷물은 엄청 짰다. 숨이 너무도 가빠 참지 못하고 숨을 들이키다가 어긋나면 바닷물은 인정사정없이 코와 입을 파고들어 왔다. 생소금보다 몇 배나 짠 바닷물은 혀뿐 아니라 입 전체를 얼얼하게 했다. 그럴 때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런 날은 온종일 물을 들이켜야만 했다.
어린 살동은 바닷물을 삼키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열세 살 무렵까지 굶어 죽지 않고 그렇게 버텨왔다. 또래 아이들과 해안가 바위 근처에서 홀딱 발가벗고 벌거숭이가 되어 물질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동무들이 있어 재미도 없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잠지에 검고 보송보송한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벌 거벗고 물질을 하는 것이 창피했다. 그래서 또래들과 바위 근처 바다에서 하던 물질을 그만두고 어른 들을 따라 배를 탔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 포작들을 따라 위험하기 그지없는 먼바다까지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아인 살동은 남들보다 네댓 살 빠른 나이부터 본격적인 포작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살동은 영특하고 눈치가 빨랐다. 성격상 남에게 지는 것도 싫어했다. 바다에 들어가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오래 바닷속에 머물렀다. 독하게 버텼다.
“나이도 어린 것이 독하구만.”
“긍게 말일쎄. 애송이가 어른 버금가 부르네, 그려.”
“아가야, 쉬엄쉬엄 해라. 그러다 허파에 쐬금물 들어가 부려야.”
“그려, 허파에 짠 쐬금물 들어가믄 약도 없서부러. 그대로 퉁퉁 부어 죽는 거여.”
“야, 알았으라우.”
어른 포작들을 쫓아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작들 중에서 내로라하는 자들도 살동에게는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살동이 나이는 어리지만 독한 놈이라고 빈정거리면서도, 그를 꾼으로 인정해 동급으로 대해 주었다.
그는 머리가 영민하여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천민인지라 한자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진서를 배우지는 못했지만, 언문을 혼자 힘으로 깨쳤다. 그는 무엇이든지 귀로 들은 내용을 언문으로 쓰고 읽는 것을 좋아했다.
청년이 되어서는 어른들보다는 또래 동무들과 함께 배를 타고 주로 남쪽 해안을 많이 뒤졌다. 진도와 흥양(현 고흥)일대 지역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배를 타 경험이 풍부한 살동을 또래 동무들은 우두머리처럼 여기고 따랐다.
남쪽 해안은 다도해라 섬이 많았지만 암초도 산재해 있어, 그만큼 위험했다.
그러나 파도가 심하고 암초가 많은 지역에 실한 전복이 많이 서식했기에 경험이 풍부하고 담대한 살동은 남들이 꺼리는 먼바다까지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은 쩌 아래쪽 바다로 쬐깐 멀리 가서 훑어보자고요, 잉!”
“그려, 여기 뒤져봤지만 별 소득도 없구, 재미가 별로구만.”
“그라끄나, 날씨도 쾌청하고 조은께 오늘은 좀 멀리 나가보까이?”
전날부터 바다에 나와 고흥 앞바다 거금도에 머물고 있던 살동과 그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의 왼편에서 떠오르는 유월의 해가 볼을 따갑게 비 춰왔다. 바다는 맑은 해를 그대로 반사해 파랗고 청명한 구슬을 비춰내고 있었다.
살동과 일행은 모래사장에 올려져 있는 배를 앞에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보리밥을 그득 담아 놓은 광주리와 말린 생선들을 올려놓은 대나무 소쿠리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먹을 것이라 봤자 보리와 생선 말린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는 듯이 보리밥을 나무 숟가락으로 퍼 입속에 넣은 후, 생선 말린 것을 집어 입으로 주욱주욱 찢어가며 씹고 있었다.
“그래 보끄나, 탐라 근처 추자도에 작은 섬들이 많응께 그쪽에 있는 전복을 뒤지먼 좋겠구만.”
살동이 밥을 다 먹었는지 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일어서며 중얼거리듯 말을 했다.
“아따, 거긴 너무 먼데…. 배가 째깐해서 너무 멀리 나가먼 위험 하꺼신디….”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손가가 햇볕이 반사되어 하얗게 비치는 살동의 옆 얼굴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살동이 그 말에 곧바로 대꾸했다.
“아따, 하늘이 쩌릇케 푸란디 뭔 걱정이라요! 그라고 날씨가 싸나져 불먼 탐라가 가깡께, 그리로 피하면 되지 뭘 그라고 걱정한다요….”
“그래붑시다, 아제. 기왕 나가는 거 쫌 멀리 나가 실한 놈들 많이 잡어붑시다. 어제 못 잡은 거 만회도 해야 항께.”
살동의 또래뻘인 만석이 말린 생선을 씹으며 거들었다.
“워메, 나도 그라고 싶은 맴이야 굴뚝같제. 근디 유월이라 날씨가 변덕이 심항께, 쬐깐 걱정은 되는구먼!”
“아따 걱정은 붙들어 매소. 파도가 높아질라고 하믄 언능 가차운 땅으로 올라가 불먼 될 거 아니겄소!”
“암튼 걱정은 되는구만. 갈데 가드라도, 좌우간 하늘을 잘 보라고. 사고를 안 만날라먼 구름이 어뜨게 움직잉가 잘 살펴야 한당께….”
저마다 한마디씩 하던 공론은 그렇게 결론이 났다. 전복잡이 열한 명을 태운 돛배는 서남쪽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배는 기장이 어른 키 두개 정도였고, 폭은 어른 걸음으로 두 폭 될까 말까 한 작은 돛단배였다. 배 뒤쪽에는 커다란 노가 고정되어 있었다.
배가 바람을 받아 한참을 달리고 난 후, 커다란 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옆으로는 작은 섬 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살동의 눈에는 틀림없이 큰 섬은 추자도로, 작은 섬들은 암초인 무인도로 보였다.
“워메, 섬들이 아주 촘촘히 잘 떠 있구먼!”
“자, 오늘 솜씨를 좀 발휘해 볼꾸나!”
살동이 흥이 났는지 직접 돛을 내리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나저나 배를 어느 쪽에 대나?”
“저쪽 짝은 섬이 있는 쪽으로 가자고. 거그다 배를 띄워놓고는, 그 옆 바위를 훑자고….”
손가가 추자도에서 조금 옆쪽으로 둥실 떠 있는 암초들을 가리켰다.
“자, 그럼 그리로 나갑니다요.”
살동이 돛을 내리는 것을 보고 만석이 노를 저었다. 노질로 나가는 배는 끄덕끄덕 갈지자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잔잔한 파도가 뱃전을 쳐댔다. 닻을 내린 후, 손가 한 사람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이 든 손가에게 배를 지키면서 하늘을 살피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었다.
“살이 포동포동한 아주 큼지막한 것들로 잘 훑어 걷어올리라고 잉!”
살동의 전복 채취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먼바다에 나가 물질을 해, 전복이 숨어 서식하는 곳을 잘 알았다. 또 폐활량도 좋았다. 남들이 숨을 헐떡거리고 머리를 내민 후 숨을 고르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쯤에서야 그는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남들보다 한 배 반 정도를 물속에 더 머물렀다. 게다가 노련했다. 항상 남의 두 배 정도를 걷어 올렸다.
살동은 옆구리에 망태를 둘러차고 한 손에는 갈고리만을 든 채, 먹이를 발견한 오리가 대가리를 처박고 자맥질을 하듯이 폴짝 뛰어 바다로 들어갔다. 바닷속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빠르게 수면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살동은 발을 갈퀴처럼 뻗어 세게 놀렸다.
실은 물질을 할 때마다 살동의 가슴은 떨렸다. 항상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다. 어릴 적 들이켰던 짠 바닷물의 독한 맛은 뇌리 깊은 곳에 박혀 있었다.
게다가 바닷속은 언제나 깊고, 고요했고, 묵직했다. 넓고 무겁고 깊은 속을 지닌 바다는 언제나 자신을 포근하게 받아주었으나, 살동은 그 무겁고 깊은 바다가 무서웠다. 잔잔하다가도 어느 일순간에 표변해서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그러고는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태연했다. 바다를 잘 알기에 오히려 더욱 두려웠다. 바다는 갑작스레 표변하는 인간보다 변덕이 심했다. 따뜻하다가도 매몰차고 차갑게 변하는 것이 바다였다. 게다가 무심했다.
제 9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