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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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지금은 여성학자 박혜란이란 이름보다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진 분.

처음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고 "박혜란"이란 여성학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첫 애가 백 일이 안 되었을 때니 벌써 스무 해가 더 지났네요.

몇 년 전에 지인이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인은 집 정리를 하는 게 제일 싫고 힘든데, 저자의 책에 나온 집 안 정리에 대한 생각때문에 자신도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억나는 거라곤 세 아들 모두를 서울대에 보냈다는 사실뿐인데 그 당시 책을 읽을 때 쉽게 잘 읽혀서,  
몇 년 전 지인의 말이 생각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십 년 전 젊었을 때의 저자의 생각과 칠순의 나이에 인생을 바라보는 그 분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
는지도 궁금했죠. 

마흔 살이 되기 직전 육아에서 벗어나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고 여성학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 분.

마흔 즈음 세상으로 나오신 작가님이 또 한 분 생각나네요. 지금은 돌아가신, 역시 서울대에 입학
하셨던 박완서 작가님.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님을 잠깐 떠올리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
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드디어 노인이 되었다"라고 외치고 시작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마흔 직전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저자는 열심히 일 하다 오십
대 초반에 번아웃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십 대에 좋지 않았던 몸 상태는 육십을 넘기면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칠십이
되던 해 첫날 아침에 문득 '이제 정말로 노인이 되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3살 연상의 남편은 일흔 살이 되던 해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해서 저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정작 자신이 일흔 살이 되고 보니 전혀 다르더라는 거죠. 

음, 저와 제 남편의 경우와 정반대인 듯.
남편이 마흔 살이 되던 해 제게 그랬거든요.
무척 울적해하면서 "너도 마흔 살 되면 내 기분 이해할 거야."
오십이 되던 해엔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다며 더 울적해했다는....

그래서 제가 남편의 생일 날 가족들에게 단체 문자를 돌려서 축하문자를 보내주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제 성격이 무덤덤한 건지 전 오십 살이 되던 해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더라구요.

앞으로 이십 년 후엔 좀 달라질까나?
그 때까지 잘 버티고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 일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터라...

할머니와 손주들 이야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 이야기. 일흔 살의 버킷리스트. 졸혼에 대한
생각. 저자가 꿈꾸는 세상. 일흔 살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제가 보는 세상과 또 어떻게  다른지...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칠십 대는 어떨까?", "나의 버킷리스트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인생의 의미도, 살아가는 방법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꼭지에서 말하고 있는 저자의 꿈같은 세상이 바로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가족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아보자니 그 일관성 없음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그저 저
좋은 대로 어떨 때는 '가족은 힘이다'라고 해해거리다가 또 어떨 때는 '가족은 짐이다'라고 한숨을
내쉬는 둥, 한 입으로 두 가지 말을 잘도 해 댔다.
   하지만 다행히 일관성 있는 생각도 하나 있었다. 좋은 가족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다. 사춘기때부터 할머니가 된 지금까지 좋은 가족 관계란 '쿨하면서도 따뜻한 관계'라는 믿음
엔 변함이 없다. 서로 지킬 것은 지키되 최대한 서로 보살피고 베푸는 관계. 너무 끈끈하지 않으면
서도 언제나 그리운 관계.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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