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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평점 :
제게는 다섯 분의 외삼촌이 계십니다. 그 중 둘째 외삼촌은 사촌형제들 사이에서 호랑이 삼촌으로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그 둘째 외삼촌이 초등학교 6학년때 저희 집에 놀러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해남에 살았을 때는 외할머니댁에 수시로 드나들어서 외삼촌을 뵐 일이 많았었는데 광주로 전학간
뒤로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다른 삼촌들도 집에 오셨을텐데 유독 둘째 외삼촌만 기억하는 건 삼촌과 나눈 대화때문입니다.
1979년에 전 13살, 삼촌은 30대였죠.
삼촌에게 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삼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요?"
"너도 내 나이 되어 봐라.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딱 나이만큼의 속도야. 십 대는 시속 10km, 삼십
대는 시속 30km,.... 앞으론 더 빨라질 거다."
그당시엔 삼촌의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그 때의 삼촌 나이를 훌쩍 넘긴 오십 대가 되었네요.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38살이 될 때까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38살에 생각지도 못했던 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그제서야 나도 죽음 앞에서 예외
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병원에서 퇴원하고 난 후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애들에게 밥 하는 법을 알려줘야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여덟 살과 열 살이었던 아이들에게 밥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려줬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아이들이 벌써 이십 대가 되어 아들은 군인 아저씨가 되었네요.
외삼촌이 말했던 나이와 세월의 체감 속도. 이제는 삼촌의 그 때 말을 공감할 수 있겠더라구요.
퇴원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랬는데 아이들이 자라니 이젠 제 나이가 오십이
넘었고 오십 이후의 노후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죠.
하지만 오십이라고 해도 노후를 위해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십 이후에 알아야 할 "돈과 집, 몸과 삶에 대한 지침들"이 소개
되어 있다고 하니 제게 딱 필요한 책인 것 같더라구요.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노후 생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섣부른 투자보다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건강에 대한 문제, 유산 상속의 문제(유산이 적으면 자식들간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요양시설로 갈지, 혼자 사는
게 나은지, 중년과는 다른 노년의 식사법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다가올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노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같은 15가지의 다양한 질문과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