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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반양장)
글로리아 J. 에반즈 글.그림 / 규장(규장문화사) / 1987년 8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초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79년도에 광주로 전학을 갔을 때 내 짝꿍이었던 친구
입니다.
5월에 해남에서 전학왔는데 저희 집 뒷집에 사는 친구라, 3분 거리의 학교를 늘 함께 다녔습니다.
그 후, 한 번도 같은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중학교 3학년때 제가 다니고 있던 교회에 같이 다니자고
꼬셔서(?) 그 후로 쭉(대학을 서울로 오고 나선 광주에 내려갈 때만 가끔 보곤 했었죠) 연락을 주고
받는 제일 좋은 친구입니다.
집이 아무리 지저분해도 거리낌없이 부를 수 있는 친구, 심지어 집 청소도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친구.
몇 년 전에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 생겨서 부동산에 집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이 너무 지저분해 창피해서 부동산에 내놓을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을 집에 불러 청소를 시키는 건 싫었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이 친구였습니다.
제가 전화를 했더니 한걸음에 달려와 집안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해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사는 안 하게 되었지만...
엄마한테 엄청 혼이 났죠.
엄마의 말씀.
"넌 창피하지도 않냐? 나이를 그렇게 먹고도 아직도 정리를 못하냐, 아무리 한쪽이 불편해도 나 같으면
충분히 하겄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는데...보조기 신고 청소하면 될 것인데...높은 데 못 올라
가면 애들 아빠 시키면 될 일이고..."
"나도 모르겠어, 근데 다른 사람은 창피한데 걔한테는 창피한 게 하나도 없고 그냥 내 맘을 다 이해해 줄
것 같아."
어쩌면 친구의 엄마가 저와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그 친구라면 절 이해하고 도와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랑 통화하던 중에 제가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글로리아 J. 에반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담」이란 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책은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학교 안 구내서점에서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그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그리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통화를 하면서 친구가 그 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네가 대학 때 나한테 선물한 「담」이라는 책, 생각 나?"
제목은 잊었지만 친구에게서 책의 내용을 듣고 나니 어떤 책인지 알겠더라구요.
기억난다고 했더니 제게 그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했다면서요.
친구는 아직도 제가 선물한 책을 가지고 있었더라구요.
초판이 1987년 8월에 발행되었는데 제가 87년도에 선물해줬거든요.
친구의 말을 듣고 궁금해서 제가 먼저 구입했는데 드디어 오늘 도착했답니다.
오늘도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친구가 얼마 전에 성당에서 그 책으로 멋있게 프리젠테이션을 했나 봅니다.
손재주가 아주 뛰어난 친구여서 보지 않아도 얼마나 멋지게 해냈을지 상상이 갑니다.
친구가 그 책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다시 읽어보니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4권을 추가로 더 구입했습니다.
100쪽이 채 되지 않은 분량, 그림과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비유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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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표지에 이런 소개가 있네요.
<담>은 우리가 자신을 스스로의 보호벽으로 담을 쌓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현대적인
우화입니다.
즉, 자신을 자기만의 테두리 속에 가두게 되면 빛과 사랑과 우정을 잃게 되고 만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