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하루 - 김창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
김창완 지음 / 박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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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는 「산울림」입니다. 노래를 즐겨 부르고 듣기 좋아했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전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고 아는 노래도 몇 개 없습니다.

여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TV에 나오는 거의 모든 가요들을 부르고 다녔는데 전 가요의 가사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런 제가 끝까지 기억하는 노래 가사 대부분이 산울림 노래였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김창완 아저씨가 가수로 활동을 했으니 꽤 나이가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50대가 되니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신기한 건 김창완 아저씨는 어째서 아직도 예전 그 모습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말한 건 외모가 아니라 속 마음, 생각을 의미하는 겁니다.
나이는 분명 60대이신데 김창완 아저씨의 글은 아직도 소년의 감성을 품고 있더라구요.

작가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아서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김창완
아저씨"라고 부르게 되네요. ^^;;

어느 날 갑자기 김창완 아저씨가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하셨어요.
어떤 드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드라마와 평소 생활 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에 감탄했어요. 
얼마 전에는 악역 연기를 하시던데 그건 또 어찌나 잘 하시던지...

그래서 악역을 맡았던 김창완 아저씨에게 이렇게 순수한 소년 감성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게 신기
하기만 합니다.

책을 읽는데 김창완 아저씨가 직접 제게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건 설마 환청????
그렇게 느낄 만큼 김창완 아저씨의 글이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겁니다.

아주 기분 좋은, 가볍고 밝은 느낌의 책입니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예요. 순풍만 불면 제일 좋겠죠. 그런데 사는 게 그렇지가 않잖아요.
내리 역풍만 불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어떤 바람도
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예 바람이 불지 않아서
노력한 만큼 얻는 편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p 21)

내가 한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스스로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선택은
아무리 작고 쉽게 잊히는 것들이라도
그 순간만큼 정말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잖아요.
그 나머지는 그냥 불가피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매일이
꽉 차 있지 않나요. (p 65)

우리는 어쩌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말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가족 간에도 별로 소통이 없지요.
아빠의 걱정거리는 뭔지,
엄마의 관심사는 뭔지,
아이의 고민은 뭔지.

우리 가정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아버지는 하숙생으로,
어머니는 가사노동자로,
아이들은 공부기계로
전락해가는 건 아닐까요.

그런 역할이름을 다 벗어던지고
한 사람의 가족으로서
아빠의 낡은 구두가
하는 말을 듣고
엄마의 젖은 고무장갑이
하는 말을 듣고
아들, 딸의 낡은 청바지 자락이 하는 푸념을 들읍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가족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이 가족 아니겠습니까.  (p 166 ~ p 167)

오늘이 어제에게 그랬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지경이 되었다.
내가 너의 자손인 것이 한스럽다."
오늘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내일이 오늘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합니까?"
울음을 멈추며 오늘이 내일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배운 것은 어제에게서 배운 게 전부다. 네게 그걸 가르쳐주는 것이 너무나 괴롭다."

우리가 어제에게서 배운 게
고작 지금의 세계라면,
과연 내일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울까요. (p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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