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 어셔 지음, 리즈 아델 그뢰쉔 사진, 공보경 옮김 / 서울셀렉션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부터 내내 벼르고 있던 계획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지하철로 서울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는 것이었
습니다.
대학 4년과 직장 생활까지 포함하여 근 10년 가까이 서울에 살았지만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서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이 없더라구요.
신촌 주변과 처음 살았던 역촌동, 동생이 올라왔을 때 함께 살았던 독립문 근처, 첫 번째 직장이 있었던
홍릉 근처, 두 번째 직장이 있던 강남 신사동 근처와 영어학원이 있던 압구정이 제가 다녀 본 전부였죠.
아이들도 이제는 제 손을 떠나서 혼자서 놀 거리를 생각해야 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전철을
타고 역 근처 동네를 탐험해보는 것이었습니다.
2014년에 꼭 시도해보자 싶었는데 마침 한국에 살고 있는 두 명의 미국인이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석구석
을 누비고 다니며 취재한 책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 본 한국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더군요.
여행기라고 하면 유명한 곳만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지하철을 이용한 도보 여행이다 보니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는 여행, 우리 나라 사람들과 섞이는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지하철 역에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들도 꼼꼼하게 짚어주어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한국 사람들보다 더 역사를 잘 알고 있어서 순간 부끄러워지더군요.
이미 제가 알고 있던 곳도 있었고 전혀 알지 못했던 낯선 곳도 많았습니다.
당고개역은 4호선의 종착역이라 단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인데 산 아래 변두리 동네인 당고개 역은
아직도 연탄 구들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시절 살았던 독립문역 근처의 서대문 형무소는 겉모습만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사진을 통해 보니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직장을 다녔던 20년 전의 신사동만 생각하고 있다가 책 속의 사진을 통해 보게 된 신사동의 모습은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시간을 내어 천천히 책에서 소개한 곳들을 다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