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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가르쳐 준 것들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서른세 살에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사지가 마비된 정신의학전문의가 자폐증을 진단받은 손자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를 기록한 책입니다.
둘째 딸이 낳은 손자 샘이 생후 14개월에 자폐증을 진단받았을 때 저자는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중 서른두 통의 편지를 엮어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샘이 가르쳐 준 것들>은 그 후 여덟 살이 된 손자 샘과 저자가 대화를 나누면서 깨닫게 된 내용을 기록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많으면 저절로 아는 것이 많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어른들이 그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지혜와 나이는 비례하는 것일까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 시절에 이미 다 배웠다는 어떤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샘이 다섯 살 무렵의 어느 날 엄마에게 청록색 크레용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엌에 마무리 할 일이 남았던
엄마 데비는 하늘색 크레용을 건네줍니다.
"엄마, 전 청록색을 달라고 했는데요? 엄마는 내 말을 제대로 안 들었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엄마를 용서해주겠니?"
"네. 아주 조금요."
만약 이런 상황이 똑같이 제게 일어났다면 "그냥 아무거나 써."라고 하거나 "네가 찾아 하면 되잖아."라며
짜증을 냈을 겁니다.
엄마가 사과를 했는데 아주 조금만 용서해준다는 건 또 무슨말인지......
샘이 엄마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는 범위는 아주 조금밖에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완전한 용서를
구했지만 샘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용서를 한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으로는 용서를
못 하면서 말로만 용서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샘의 용서야 말로 뒤끝이 없는 용서인 셈이죠.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개 스푸키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샘은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푸키의 죽음을 힘들어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우리는 모두 함께 있잖아요."라며 오히려 어른들을 위로
합니다.
할아버지가 휠체어때문에 여행하는 데 불편할까봐 혼자 고심하며 나름의 대안책을 내놓기도 합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찌 이렇게 다른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할 수 있는데도 미리 겁먹고 다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온실 속 화초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의외로 아이들은 스스로 잘 헤쳐나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지금 어른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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