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열린책들 세계문학 143
제인 오스틴 지음, 원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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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던 것 같습니다. <명화극장>이었는지 <주말의 명화>였는지 프로그램 이름은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방영했던 프로그램이었죠.
TV가 안방에만 있었는데 우연히 아버지가 보고 계시던 영화를 같이 보게 되었어요.
 
30년도 훨씬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어떤 저택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고 한 신사와 아가씨가 서로 데면데면한 상태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한참을 영화에 빠져서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꺼지는 TV 화면,
"이제 그만 자라, 너무 늦었다."
 
ㅠ.ㅠ
완전 몰입해서 보고 있었는데 TV를 매정하게 꺼버린 엄마가 미웠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의 장면은 계속 뇌리에 남아 애꿎은 엄마만 원망했었죠.
요즘이라면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언제든지 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엔 KBS와 MBC와 교육방송만
있던 시절, SBS도 개국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며칠을 툴툴대다가 집에 있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전집류를 절대 안 사주셨던 엄마 때문에 늘 도서관이나 친척집에 가서 책을 읽곤 했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 방문판매원에게 구입했던 책이 있었거든요.
세계 문학 전집이었는데 제가 사 달라고 졸라서 엄마가 큰 마음을 먹고 사주셨건만 책의 엄청난 두께와
2단 편집, 작은 글씨, 세로 편집,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지만 겨우 중학생에 불과한 제가 읽기에는 버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은 제가 버리지 말라고 해서 아직도 친정에 있지만 사실 이제는 돋보기를 써야 할 나이라 지금은 돈을
주고 읽으라고 해도 눈이 아파서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에이, 책이나 읽자'하고 책장에 갔죠.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면서 이 책 저 책을 훑어보고 있었어요.
그 책의 장점은 책의 뒷 부분에 간단히 책의 줄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줄거리를 읽어본 후에 그 책을 읽을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이 책 저 책 뒷 부분 줄거리를 훑다가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했어요.
"빙리", "다아시", "엘리자베스", "제인"...
'어라,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뭐야, 지난 번에 제대로 못 봤던 그 영화 내용 아냐?'
정말 맞더군요.
 
그 자리에 앉아서 밤을 꼬박 새워 그 책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더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제게는 더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책, <오만과 편견>.
사실 제 기억 속에는 <교만과 편견>으로 남아 있는데 어쩌면 제가 한자를 착각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들이 다 한자로 되어 있었는데 워낙 한자에 약해서...ㅜ.ㅜ
 
어쨌든 옛날에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고전은 따분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더필드에 잉글랜드 북부 출신의 돈 많은 미혼의 남자가 입주한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딸 가진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그 남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 중 특히 딸부잣집 베넷 가문의 안 주인은 큰 딸 제인이 그와 잘 되기를 바랍니다.
그녀의 소원은 딸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으로 시집가는 것이었습니다.
 
돈 많은 미혼남 "빙리"가 손님들을 데리고 무도회를 열게 됩니다.
베넷 가문의 딸들도 초대를 받아 무도회에 가게 되고 큰 딸 제인과 빙리는 서로 호감을 갖게 됩니다.
반면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인 다시의 오만한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됩니다.
 
상류층인 다시는 중간 계층 사람들을 무시하고 엘리자베스는 그런 다시를 편견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첫인상으로 잘못 판단했던 것들은 다시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바뀌게 되고
엘리자베스 또한 다시에 대해 품었던 오해를 풀게 되면서 해피엔딩을 맞게 됩니다.
 
30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즐겁게 읽은 걸 보면 역시 고전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은 좋았지만 뭔가 1% 모자란 그것, 번역본이라서 그런 걸까요?
이럴 때 영어를 잘 해서 원서로 직접 읽었다면 느낌이 어떻게 달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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