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엄마, 그림책을 읽다 -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와타 미쓰코 지음, 정숙경 옮김 / BF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상상만으로 나를 판단하지 마세요. 정보는 뭐든지 알려주세요.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는 내가 판단하겠습니다.

곤란하거나 선생님 손을 빌리고 싶을 때는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테니 그때는 부탁드립니다."(p 178)

 

처음 제목을 봤을때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이 그림책을 읽는다고? 말도 안 돼.

일반 동화책이라면 점자로 만든 동화책을 읽는다고 치지만 어떻게 그림책을 읽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선입견에 물든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타 미쓰코씨는 1952년생으로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이며 점역 그림책을 대출하는 '후레아이 문고' 대표로 있습니다.

 

이와타 미쓰코씨가 결혼 후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시댁에 데리고 갔을 때 할머니가 손자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셨다고 합니다.

미쓰코씨의 아들은 할머니가 주신 그림책을 품 안에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와 미쓰코씨에게

손으로 그림을 가르키며 "이거 뭐야?"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짐작으로 설명해줄 수 밖에 없었던 미쓰코씨는 결국 직접 자신이 읽어줄 수 있는 그림책을 시도해봅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각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만지는 그림책'을 만드는 동아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아리에 가입하게 됩니다.

'만지는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어 좋았던 것도 잠시, 아이가 입체감이 있는 그림책을

만지며 좋아하다가 그림책을 손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했습니다.

게다가 둘째 아이까지 생기면서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게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도서관 사서였던 고니시씨가 새로운 그림책을 우편으로 발송해주면서 다시 한 번 아이와 그림책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이는 긴 이야기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미쓰코씨 또한 아이들에게 시각장애인 아이들이 읽는 그림동화책이 아니라 일반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고니시씨의 도움을 받아 같은 그림책 세 권을 구입하여 한 권의 점역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수작업으로 만든 점역 그림책이 3년이 지나자 100권을 넘기게 됩니다.

다른 시각장애인 엄마들 둔 아이들에게도 점역 그림책을 빌려주면 어떻겠냐는 고니시씨의 제안을 듣고 점역 그림책을 대여해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무료로 그림책을 대여해준다고는 하지만 빌려보는 사람들이 우표값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부담으로 빌려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미쓰코씨는 우편요금을 무료로 해달라고 체신부장관에게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신문을 통한 여론의 압박으로 결국 점역그림책에 대한 우편 요금이 무료화 됩니다.

 

그녀가 한 일은 점역 그림책의 보급만이 아닙니다.

손바느질에 도전하여 아이들에게 옷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의지를 했다가 그 사람들이 떠나는 아픔을 겪은 뒤론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받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여

결국은 당당히 홀로서게 됩니다.

 

무조건 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고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남을 도우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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