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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분석의 기본 ㅣ 그림으로 이해하는 인체 이야기
이시이 신이치로 지음, 김선숙 옮김, 박지혜 감수 / 성안당 / 2023년 9월
평점 :
아프기 전엔 걷거나 뛰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지 못했
습니다.
걷고 뛰는 건 돌이 지난 아이들도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
습니다.
그런데 뇌출혈 수술 후 오른쪽으로 마비가 온 후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걷고 뛰는 행
동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축복받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수술 후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 보니 벌써 한 달 반이란 시간이 흘러갔고, 걷지도 못하
면서 왼손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있는 저를 보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릅
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침대에 앉아서 왼손으로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저를 보며 마음속으로 '어, 난 오
른손잡이인데 왜 왼손으로 젓가락질하지? 근데 왼손 젓가락질 잘 하네!!!'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울지도 않았고 제게 닥친 현실이 어떤 지도 깨닫지 못할 때였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 걷는 연습을 하기 시작하면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걷는 게 이렇게 어려웠어? 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지?' 허리에 복대를 차고 간병인
이 복대에 있는 손잡이로 저를 붙잡아주면 겨우 한걸음씩 걷곤 했습니다. 그것도 보조
기를 차고서 걸을 수 있었죠.
6개월이 지나고 두 번째 병원인 국립재활원에서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습
니다.
맨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법, 앉았다가 일어서는 법, 양쪽 다리에 균등하게 힘을
싣는 법 등.
하지만 쉽지 않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걷지 못하고 왼쪽 다리에 더 의
지하여 걷고 있습니다.
물리치료를 다닐 때 물리치료사 선생님께 늘 여쭤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보행 자세
였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하는 보행 동작이 저와 같은 편마비 환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습
니다.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데 건강했을 때 내가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이 책에서는 보행 동작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뒤꿈치를 먼저
딛은 후에 발앞꿈치를 딛어야 하고 무릎 관절을 언제 펴야 하는지 이론적인 내용을 그
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편마비 환자를 치료할 때도
도움이 되고, 저처럼 절룩거리지 않고 제대로 걷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걷는 게 불편해진 편마비 환자들이 제대로 된 걷기 동작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안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