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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너무 현실적이라 소설이 아니라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많은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이 소설은 특히 더 공감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70이 된 나는 산본이라 불립니다. 한때 강남에서 살았던 나는 남편이
죽기 전 산본으로 이사온 후 강남에서 알게 된 5명의 엄마들과 여전히 한 달
에 한 번씩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공부를 잘하는 딸과 아들때문에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았습니다.
어렵게 부부에게 찾아온 큰 딸 서희는 워낙 똑똑하고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서울대에 입학해 나의 (산본) 자랑이었습니다.
하지만 딸의 졸업식을 앞두고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건 산본에
있는 49평짜리 아파트 한 채뿐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첫째 주 금요일에 오공주의 모임이 있습니다. 오공주는 아들
서준이의 유치원 동기 다섯 엄마들을 말하는데, 몇 십년 째 유지해 온 모임은
세월이 흐르면서 뿔뿔히 흩어져 이제는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호칭 대신 사는
지역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강남, 판교, 과천, 분당, 산본.
산본에 사는 나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다른 엄마들은 생활비를 어떻게 해결
하고 있을까, 자녀들이 생활비는 주려나?
아이들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도 넉넉하게 살고 있는 강남, 남편이 아직도
현직에 있어 생활비 걱정이 없는 판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며느리가 의사인 분당, 남편이 아파서 간병을 하고 있는 과천.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과 과천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엔 인물도 좋고 똑똑해 괜히 엄마인 나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칠십이 된 지금도 아이들은 엄마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마흔 넘어 낳은 아들 늦둥이 하이에게 산본은 조심스럽게 생활비 걱정을
합니다.
하이는 누나들과 형에게 엄마의 현재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고 나서 앞으
로 어떻게 살 것인지 의논해보자고 합니다.
막내 하이에게 며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하이는 형과 누나들에게
엄마가 가출했다고 합니다.
하이는 형과 누나들에게 엄마의 현재 경제사정을 알리고 엄마가 혼자 설 수
있도록 서로 돕자고 합니다.
다들 형편이 어렵다며 엄마를 위해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고민 하던 중에
4형제들에게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이 도착합니다.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을 열어본 4형제는 엄마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서로의
힘을 모으기로 합니다.
산본(나)에게도 남편이 마련한 뜻밖의 선물이 있었으니...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라는 저자의 충고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난 "나를 전공"하고 있는가?
어렵네요.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나를 새롭게 알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