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을 얼마전에 읽으며 꽤 신선한 소재를 다루었다고 생
각했습니다.
전작인 <구미호 식당>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망각의 강에서 구미호 "서호"
를 만나 피를 주게 되고 대신 49일 동안 구미호 식당을 하면서 남은 한을 풀어가는
내용이었는데 <구미호 식당 2>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
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하게 살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저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10차의 저세상 오디션을 치뤄야 합니다.
오디션을 합격하면 저세상에 갈 수 있지만 불합격하게 되면 저세상에 가지 못하고
무서운 추위에 떨며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된다고 합니다.
죽은 열세 명의 사람들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심사위원이 배당되는데 자신에게 배
당된 심사위원이 오디션 중 눈물을 흘리면 오디션을 통과하여 저세상으로 가게 됩
니다.
그러나 수많은 세월동안 한 번도 오디션에 통과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
게다가 같은 반 친구인 나도희가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걸 말리려다 같이 떨
어지게 되어 낯선 곳에 오게 된 나일호는 그저 억울하기만 합니다.
나일호가 마천의 오류로 죽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도진도는 모두를 저세상으로 가
게 할 협상카드로 나일호를 내세웁니다.
마천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나일호만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준다며 다른 사
람들에게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천의 계획을 알게 된 도진도의 협박은 갈수록 심해지고 남아있는 사람들
에게 나일호가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을 퍼트립니다.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나일호에게 자신들이 세상에서 하지 못했던 일, 꼭 해야만 했
던 일들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던 나일호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소원을 들으면
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생기고 절실해집니다.
마천에게서 반드시 돌려보내준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사람들이 나일호가 돌아간다는
비밀을 알게 되면서 마천은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불행한 소식을 전합니다.
결국 오디션에 통과해야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막상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어
린 시절의 기억.
그 기억때문에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더 절실해졌는데 도진도때문에 돌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그에게 화풀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도진도 아저씨의 이야기는 나일호에게 더욱 돌아
가야 할 이유가 됩니다.
과연 나일호는 자신의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놀랐던 것은 바로 심사위원의 정체였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저세상 오디션
을 모든 사람들이 본다면 과연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네요.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