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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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포털사이트 동영상으로 재판에서 피고로 자리한 소년들에게 큰소리로 호통치던 판사님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이 책의 저자인 천종호 판사님이셨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주기 위해 "잘못했습니다"를 큰소리로 외치게 하기도 하고, 동생의 죽음때

문에 나쁜 길로 들어섰던 아이에게 근본적인 잘못은 아빠에게 있다며 아빠를 법정에 불러 딸과 아내에게 용서

를 구하게 하여 가족이 다시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소년 범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작정 소년범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볼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아이가 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촉법소년의 나이를 줄이는 게 왜 힘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

었습니다.

소년원에 있으면서 많은 아이들의 처분 내용을 들으며 이해할 수 없었다며 편지를 보내온 소년에게는 또

다른 질문으로 아이에게 공정한 재판과 판결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라고 한 판사님의 편지덕분에, 저 또

한 소년범들에 대한 편견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재판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판단을 하려면 우선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판사님이

내린 결론은 "사회적 가치를 각자의 몫에 따라 분배하고, 분배된 몫에 대해 독점적, 배타적으로 누리게 하

며, 문제가 있을 때에는 그 문제를 바로잡고, 분배되는 몫의 격차가 클 경우엔 재분배를 통해 격차를 줄여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는 신분적 평등과 정치적 평등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경제적 평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

어서, 결국 경제적 빈곤때문에 청소년들이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비행소년을 위한 도보 여행 프로그램이 있는데 천종호 판사님도 2015년부터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2인3각 도보 여행'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참여한 아이들의 삶은 크게 변하여 많은 아이들이 여행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여행에

참가했던 사람들도 비행청소년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나 인천초등생살인사건과 같이 갈수록 어린 나이의 아이들의 범죄 수법이 잔인해져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그에 대한 판사님의 의견을 들어보니 그 또한 일리가 있

었습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의 범죄 수위가 높아진 것이 기성세대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종호 판사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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