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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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7일 토요일.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전남대학교 안에 있었습니다. 사범대학생들의 교생 실습을 위해 세워졌다고 할
만큼 사범대학 4학년들이 교생실습을 올 때는 한 반에 10명 정도의 교생 선생님들이 배치받아 들어오
셨습니다. 

그 당시 광주에서 유일한 남녀공학 중학교였습니다. 우리 학교 옆엔 부속고등학교가 있었죠. 
교복이 늦어져 사복을 입고 등교하던 5월 어느 날, 전대 정문 앞에 전투경찰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고, 
아침 조회에 들어오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가방을 싸 집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비상연락망이 갈 때
까지 집에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날 저녁이었는지 그 다음날 밤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
지만 늦은 밤에 콩 볶는 소리에 부모님께 "누가 콩 볶아 먹나 보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그 소리가 총소리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집이 광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중간쯤에 있었는데 거리는 무척 한산했습니다. 가끔 청년들이 트
럭에 올라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김대중을 석방하라", "독재타도"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김대중"이 누군데 석방하라고 하지?' 잠깐 생각했을 뿐,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금남로에 있었던 교회에도 가지 못하고 며칠 동안 집에만 있었던 기억
이 납니다.

도청과 상무관에 사람들을 쌓아뒀다고 하는 얘기를 전해듣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서울로 오고 5월이 되어 대자보에 5•18 당시 희생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1980년 5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5•18 관련 영화나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그 책과 달리 미국의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전남 나주의 나환자촌에서 봉사 활동
을 했던 폴 코트라이트 박사의 회고록입니다. 

소설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겪었던 13일간의 광주항쟁에 관한 이야기이며 아직도 광주항쟁이 북한의 
사주를 받은 공산당이나 일부 폭력적인 학생들의 폭동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5월 14일 수요일에 서울에서 시작된 데모부터 광주항쟁이 끝나기 하루 전 5월 26일까지의 사실을 기
록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사진으로 담고 있어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저자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광주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사실대로 증언해달라고 부탁해
서 저자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정부 편도 아니고 학생 편도 아니었던 이방인의 눈으로 공정하게 기록한 책이라서 더 믿음이 
갔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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