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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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라는 소개 문구때문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은 2002년 1월 친정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2001년 12월 31일 밤 늦게 걸려온 오빠의 전화에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광주로 내려갔

습니다. 


동생들 가족까지 다 내려온 후에 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떼고 장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막내동생의 결혼식이 그 주 토요일이었기에 엄마는 가장 가까운 친척들에게만 소식을 알리

고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관으로 옮기기 전 장의사가 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하라며 가족들을 부르더군요. 

관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돌아가시기 전보다 훨씬 좋아보이셨습니다. 

아버지의 혈색이 좋아보이도록 화장(사실 분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몇 년 후 제가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 5개월간의 기억들. 


뉴스에서 각종 사고 소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곤 했지만 쓰러지기 전까지는 

그런 일들이 제게 일어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게 그런 일이 닥치고 나니 죽음은 의외로 가까이 있고 사람을 가리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교회 친구가 오십의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장례는 어떤 

식으로 치를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매장을 할 것인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남편에게 반드시 화장을 해서 납골당이나 강에 뿌리라고 얘기했었

지만 화장을 하는 과정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놓은 이 책을 읽고 나니 화장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어차피 죽고 나면 아무 상관이 없을텐데도 화장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만약 그 과정을 자

세히 알게 된다면 과연 죽게 될 사람이 화장을 선택할지, 의문이었습니다.  


무연고 시신이나 병원에서 해부를 마친 시신들이 주로 화장을 하게 되는데, 저 또한 시신 기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또한 망설이게 할만큼 책 내용이 적나라했습니다.


어떤 죽음이 좋은 것인지. 죽고 난 후의 가족들에게 죽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

음의 짐에서 벗어나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당신에게

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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