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농담이네요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ㅣ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mc2이 너무 재밌어 내친 김에 물리학자들의 전기나 몇 권 읽어보자 싶어 손에 든 책입니다. 하지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제목이 벌써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파인만이라는 사람도 그저 실험실에만 앉아 있는 물리학자는 아니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물리학 실험이었던 원자폭탄을 준비하던 맨하튼 프로젝트에 몸담았고,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받았던 사람이어서 위인전에나 등장할 법 하지만 파인만의 취미는 비싼 돈 주고 마련한 금고 주인 몰래 따기, 남미 페스티발에서 드럼 연주하기, 나이트에서 퀸카 꼬시기 등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파인만이라는 사람이 보통 괴짜가 아니라는 걸 아시겠지요.

어쨌든 파인만씨는 물리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만큼 인생의 상상력도 보통이 넘습니다. 다만 자기 손으로 쓴 자서전이라서 군데군데 잘 난 척 하는 부분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고 싶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 다 가는 길은 평탄하긴 하지만 그 만큼 재미도 없습니다. 길 위에는 새로 돋아난 야생초도 없고, 풀벌레도 없습니다. 그런 걸 만나려면 남들이 안 간 곳으로 헤집고 다녀야죠.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어쨌든 인생은 더 다이나믹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