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기밭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신경숙은 글맛을 우려낼 줄 아는 작가다. 알맞게 익은 된장에, 싱싱한 야채, 질 좋은 양념이 준비되었더라 하더라도 그 맛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푹 끓이지 않으면 맛있는 찌게를 만들 수 없다. 신경숙이 끓인 소설은 후후 뜨거운 김을 걷어내면서 한 숟가락 입 안에 넣으면 그 깊은 맛이 혀끝에서 배어난다. 우리나라 작가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이다. <딸기밭>도 우리의 신변을 둘러싼 결핍을 조심스러운 터치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통해 오히려 더욱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작가는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 약간은 비켜날 수 있는 상상력의 자유로움이 안타까울 뿐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