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사실 좀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하루끼 식의 도시적이면서 세련된 문장은 샤워를 끝낸 후 새로 산 내의를 입는 것처럼 산뜻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채 끝나지 않고(적어도 내 생각에는) 에필로그가 불쑥 튀어나오면 먼 산 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입니다. 기승전결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소설이라는 도식적인 교육을 받은 저로서는 당연히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거 뭐야? 이게 끝이야? 제판이 잘못 된 거 아냐? 항변해봐도 분명히 끝은 끝입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사는 일이 기승전결이 없는데, 왜 소설에서는 꼭 그걸 찾으려고 하는지. 이런 소설은 연대기순으로 진행되어나가는 일련의 사건이 축이 아니라, 주인공의 20대를 플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 우리 앞에 늘어놓는 하나의 앨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습이 또 우리의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하루끼는 이처럼 인기가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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