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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 자서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평점 :
<스콧 니어링 자서전>의 원래 영어 제목은 <The making of a radical>. 직역하면 '어느 사회주의자의 성장' 즈음 되겠네요. 스콧 니어링을 단순한 자연주의자로만 알고있었고, 그래서 자급자족한 생활은 어떤 것일까 알고 읽고 싶어 이 책을 든 나는, 때문에 제목을 보고 잠깐 당황했습니다. 사회주의라니요. 이 얼마나 오래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까?
스콧 니어링은 1883년 미국에서 태어나 꼭 100년 뒤인 1983년에 죽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딱 100년을 살았네, 하시겠지만 더 이상 상상력이 솟아나지 않자 스스로 단식을 통해 목숨을 끊었다면 그 100이라는 숫자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아시겠지요. 어쨌든 니어링이 살다간 그 100년은 사람이란 존재가 이 땅 위에 살기 시작한 이래 문명의 가장 큰 발전과 동시에 가장 험한 시련을 한꺼번에 겪은 세기였습니다.
도로가 깔리고 자동차들이 달리고, 인공위성이 뜨고, 사람이 달 위에 발자욱을 찍고, 그리고 칼과 몽둥이로 전쟁을 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탱크와 미사일,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시대였습니다. 또한 이 세기는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서구 자본주의가 온 세계에 깃발을 꽂아 결국 아프리카 오지 마을까지 TV를 배달했습니다. 이 세기를 제정신으로 뚫고 지나온 사람이라면 제가 애초에 상상했던 니어링처럼 산 속에서 홀로 농사만 짓고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스콧 니어링은 사회주의를 택했고, 자신이 택한 사회주의의 전파를 위해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니어링은 50세 되던 해에 가르치던 일을 그만 두고 버몬트 주에 둥지를 틀고 농촌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가 가르치는 사회주의를 용납하는 학교가 미국 안에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스콧 니어링의 농촌 생활은 패배한 사회주의자의 도피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농촌생활은 사회주의 경제철학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장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스콧 니어링은 스무 살 연하의 헬렌 니어링과 함께 스스로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농촌 생활을 시작합니다. 네 시간 일하고, 네 시간 놀고, 나머지 네 시간은 친구들과 수다 떨고, 니어링 부부는 계획만 잘 세우면 조금만 일해도 도시의 삶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스콧 니어링이 말하는 사회주의 경제논리가 옳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지는 알 수 가 없습니다.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가 소련과 함께 영원히 붕괴한 것이지, 아니면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할 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스콧 니어링이 헐리우드 배우만큼이나 멋있게 보이는 이유는 그가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공부하고 연구했고, 그래서 행동으로 그 지식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농사지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명제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100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멋있게 보입니다. 그래서 스콧 니어링은 내게 사회주의를 가르치는 것은 실패했을 지 몰라고. 이것을 가르치는 것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행동하라!' 배운대로 살아야 훌륭한 학생인데... 그것은 좀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