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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ㅣ 살림지식총서 25
양운덕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평점 :
저자는 푸코의 지적 작업에 대해서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 놓았다. 마치 직접 말을 듣는 것과 같은 글을 읽으며 시간 가는줄 몰랐다.
푸코는 데까르트의 코기토가 근대 주체를 세웠다는 식의 주장을 거부한다. 이건 이 책에 쓰여있진 않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한 하나의 전제와도 같다. 또한 푸코는 칸트의 계몽과 이성을 거부한다. 이것 역시 하나의 전제다. 그는 주체가 이성적 사유를 통해 존재근거를 찾고 그로 인하여 근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칸트의 계몽과 이성을 '비판'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대적 권력은 계몽적 이성을 가지고 가치'들'의 관계'들' 속에 불법적으로(사실 중심이 없는 권력 체계의 관점에서 볼 땐 합법적이다) 위계질서를 부여하여 이성/광기, 정상/병리, 순수/오염 등의 대립항을 설정하였다. 권력의 이러한 작동방식을 미세한 영역에서부터 보여주는 게 푸코의 작업이고, 위의 대립항 가운데 우위를 선점한 가치가 현전한다고 믿는 속세의 형이상학을 비판한 이는 데리다이다.
푸코의 저작 중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감시와 처벌>을 읽으면 마치 권력의 잔혹함에 대해 비판하고, 그것에 대항하여 싸워야할 것 같은 근거없는 느낌이 들지만, 푸코는 그런 것을 의도하는 것 같지가 않다. 단지, 그는 특수한 관점으로 특수한 시기(17-18세기)의 서구를 관찰하면서 권력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런 권력망 속에서 이른바 근대적 주체라고 호명할 수 있는 존재는 어떻게 훈육되고 있는지 살필 뿐이다. 푸코는 '권력에 대항하여 거리로 나서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건 독자들의 몫일 뿐이다.
이 짧은 책은 푸코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쉽게 하고 있다. 훈육된 신체니, 규율권력이니, 생체권력(bio-politique)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문외한인 내가 이해할 정도로 쉽게 설명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해박한 지식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아쉬웠던 것은 푸코를 인용하는 부분에 '(Foucault, 1976 122)'와 같은 표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책의 후미에서 푸코의 저작을 소개해주지 않을 뿐더러, 책 전체를 다 뒤져보아도 '(Foucault, 1976...)'와 같은 식으로 인용하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 별도의 서지학적 정보가 없으면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제안처럼 푸코의 작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권력이 지켜보고 있는 우리 일상의 작고 미세한 삶의 조건들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점만은 명심하자! "권력은 하나의 중심을 갖지 않는다"(본 책,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