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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평전
벤저민 양 지음, 권기대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등소평 탄생 100주년에 이 책이 나와 등소평을 읽고 싶었던 책이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 큰 실망을 줬다. 첫 부분과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실제 등소평 전기를 읽으면 감 정도는 잡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18,000원이라는 책값 책정도 출판사가 이 책으로 인기를 끌어 돈벌이용으로 생각한 것으로 예상된다. 등소평 평전을 지은 사람이나 번역한 사람, 출판사 3위 1체가 되지 못했다.
평전을 지은 사람은 초반과 끝에 등소평을 평가해서 중간에 있는 전기 내용이 그냥 평범한 내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쉽다. 번역한 사람은 이 책의 원문을 읽고 과연 이 책을 번역해서 출판해야 하는 책인지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출판사는 번역본을 보고 이 책을 출판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책값을 비교적 적게 책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 것으로 비춰진다. 책 안에서는 오타가 간간이 보인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중국 정치 중에서 등소평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필요 없다. 단순한 사실 나열로 되어 있어서 등소평을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등소평이 살아온 내용들을 길게 서술해 놓았다. 등소평이 걸어온 길을 단순 사실에 근거하여 적었으니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부분은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 밖에 없었다.
'오프 더 레코드', 즉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없기에 등소평 한 인물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다. 아니면 작가가 알려진 사실을 근거하여 등소평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에 머물러 있어 한없이 속이 비어있는 강정처럼 느껴졌다. 다른 말로 하면 육하원칙에 근거한 사실의 서술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등소평이 1997년에 죽지 않고 2005년까지 살아 있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동북공정으로 인해 고구려사와 발해사가 중국으로 넘어갈 마당에 등소평이 살아있다면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실용주의 노선의 그가 흑묘백묘론이라는 논리로 나오게 되면 어떻게든 과거 두 나라의 역사는 중국으로 넘어가는데 더 유리할 수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라는 날개는 달아도 원로정치라는 그늘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석이 실권자이기는 하나 장막에 가려진 원로들이 파워가 막강하다. 등소평이 권력에서는 은퇴를 해도 등소평은 중국 내부에서의 위치는 떨어지 않았다. 등소평이 죽을 때까지 강택민보다는 등소평이 더 환영받는 이유일 것이다. 호금도 역시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면 원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는 이런 중국 정치의 행태를 보면 원로들은 정치나 당의 일에 완전히 손을 놓지 않는다면 국가 주석의 역할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등소평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등소평을 견제할 수 있는 화국봉을 제외하고는 등소평을 견제할 만한 원로들의 수가 적었기에 등소평이 정치를 하는데 큰 걸림돌이 없게 되는 것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는 우리나라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과 비슷하다. 그럼 전두환과 등소평이 비슷하다는 말인데 틀린 말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전두환이나 등소평이 무력진압을 염두했다는 것이다. 등소평은 실행했지만 전두환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을 했지만 중국은 무력진압으로 민주화까지 가지 못했다. 그러면 등소평이 무력진압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차피 등소평은 무력진압을 하든 말든 물러나게 된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가 조자양이 중국인들의 추대로 국가 주석 직과 동일한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등소평이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고는 하나 책 내용도 부실하고, 그가 걸어온 길도 '등소평이 그렇게 했어야 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산주의면 공산주의지, 자본주의 도입? 모순 중에 모순이다. 등소평의 생각은 관료들의 부패를 줄이고, 중국인들이 잘 사는 국가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등소평이 모택동 집권시절부터 경제성장에 힘써서 이룩했으나 공산당 내부의 철밥통을 녹이지는 못했다. 등소평에게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하나 집권 말기에 벌어진 천안문 사태의 무력진압은 등소평 생애에 있어서 큰 오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등소평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만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평전(評傳)이 아닌 평전(平傳)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