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캐세이퍼시픽항공은 화물항공기의 페인트를 모두 벗겨 낸 누드 비행기를 선보였다. 보잉 747 화물기의 조종실과 꼬리날개, 그리고 회사명과 로고를 제외한 도?z의 모든 페인트를 제거했다.
이렇게 벗겨낸 페인트 무게는 무려 200kg 정도였다. 이만큼 무게를 줄여 얻은 기름값은 연간 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항공사들이 유가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가가 오른다고 바로 항공요금에 반영할 수 없다. 정부 규제와 소비자 여론이 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유류할증료를 통해 보전하는 유가 상승분은 최대 30%밖에 안된다. 한방울의 기름 소비라도 줄여야 하는게 항공사의 숙명이다.
대한항공은 2003년 TF팀으로 조직했던 연료관리팀을 2005년부터 상설 조직을 개편했다. 연료관리팀은 항공기 무게를 줄이고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전문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에너지절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 사업부별로 에너지 관리 직원을 임명해 사업부별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위원회를 통해 이를 실행하고 있다.
우선 항공기에 탑재되는 물품을 줄이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용수다. 과거엔 비행기내 화장실이나 수도에 쓰이는 물을 탱크에 가득 실었다. 그러나 이제는 30~40%정도를 줄여 싣고 있다. 고객 수에 따라 쓰이는 소비량을 통계적으로 산출해 서비스엔 차질을 주지 않으면서 무게를 줄이고 있다.
과거엔 스페어타이어 등 정비에 필요한 물품을 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정비가 필요할 경우 공항에 내려 즉시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제는 각 공항에 정비 물품을 배치해 두고 있다. 만약 정비 물품이 부족할 경우 제휴를 맺은 항공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활용한다.
착륙한 뒤 혹은 이륙직전 활주로로 이동하는 데 드는 기름도 아끼고 있다. 4개엔진이 달려있다면 1개를 끄고 3개의 추력만으로 이동한다. 활주로를 이동하는 수백미터에 쓰이는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내에 쓰이는 컨테이너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음식물을 담아놓는 밀카트나 화물용 ULD의 재질은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더 가벼운 소재로 바꾸면 그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밀카트의 경우 하나의 무게만 30~40kg 쯤 한다. 중형 비행기에도 밀카트는 약 6~8대가 실린다. 밀카트 무게를 10kg내외로 줄이면 전체적으로 120~240kg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는 항로를 개발하고, 경제적인 속도를 계산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미국 동부로 가는 비행기의 경우 캄차카반도를 경유하는 것보다 북극을 경유하는 항로가 300km쯤 짧다. 대한항공은 2001년부터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비용에 따라 경제적인 비행속도도 계산해 적용한다. 제트기류가 흐르는 곳에선 엔진 출력을 좀 줄여도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항공기 무게와 항로 등에 따라 경제적인 비행속도를 산출, 이를 준수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1달러가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8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0억원가량의 비용이 추가된다"며 "유가 인상분을 고객에게 전가시키지 않으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