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아프가니스탄. 뭔가 도우려는 선한 의지로 이곳을 찾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당하게 억류된다.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가운데 장기간 붙잡혀 있던 이들 중 일부만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영화 '관타나모로 가는 길' 의 내용이다. 2001∼2002년 실제 있었던 사건을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현한 이 작품은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그냥 봐넘기기 힘든 작품이다.
영국에 살던 스무 살 안팎의 파키스탄계 청년 아시프는 2001년 가을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친구 루엘, 샤피크, 모니르와 함께 파키스탄으로 향한다. 이들은 그곳 이슬람 사원에서 "아프카니스탄으로 가서 사람들을 돕자"는 성직자의 말을 듣고 막연한 의협심으로, 그리고 새로운 곳을 관광하고픈 철없는 생각으로 국경을 넘어간다. 하필 그 즈음부터 탈레반과 알카에다, 빈 라덴을 축출하기 위한 미군의 폭격이 시작돼 이들은 반군들 틈에 떠밀려 다니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모니르는 행방불명되고 나머지 셋은 미군 포로가 돼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후송된다. 세 청년이 관타나모에 수용된 기간은 무려 2년.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에 의해 비인간적 고문을 당하며 테러범으로 몰린다.
영화는 실제 세 청년의 인터뷰를 통한 상황 설명과 당시 뉴스 자료, 배우들이 연기한 재연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중 재연 화면은 너무 생생해 뉴스 화면보다도 더 실제처럼 보일 정도다.
영화 속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을 억류하고 고문한 주체는 미군이고 이들과 함께 고생한 동료들은 탈레반으로 의심받는 무슬림들이기 때문에 한국인 납치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화는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이 현재 상황에 놓이게 된 원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한다.
p.s - 미국 진짜 너무한다. 영어 좀 한다고 사람을 2년씩이나 관타나모 수용소에 동물보다 못한넘으로 취급을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