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지금보다 2배로 올린 뒤 학생 33%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고, 57%에겐 등록금의 절반 액수를 장학금으로 주고, 나머지 10%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받는다. ’
장하성(54)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추진 중인 고대 경영대의 ‘개혁 실험’ 내용이다. 장학금을 크게 늘려서 우수인재를 끌어오는 한편, 집안이 넉넉하면서 성적이 부진한 일부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많이 받아 장학금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장 교수 계획대로 경영대 등록금을 2배로 인상하면 학기당 348만원(4학년 기준)에서 696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장 교수는 지난달 초 이 방안을 경영대 교수회의에서 제안했다.

▲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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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등록금 차등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장하성 학장은 “
기여 입학제가 금지된 상황에서 대학이 인재를 길러낼 재원 확보를 위한 최선의 돌파구”라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선 찬반 논란이 시작됐다. 찬성하는 쪽에선 “조금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반긴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공부에서 밀려난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등록금 차등화 제도를 구상한 계기는.
“세계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꽤 많다. 근데 세계에서 인정 받는 한국 대학은 전무하다. 한심한 일 아닌가. 우리나라가 자원이 있나, 자본이 있나. ‘사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글로벌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 대학만 봐도, 머리 좋은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대학들은 ‘다이아몬드’를 데려다가 ‘돌’을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사람 길러내는 데 경제력(재원)이 없다는 건 모순이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 관계자에게 ‘하버드가 확보한 기부금만 50조원’이라는 얘길 듣고 할 말이 없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매우 적다. 그러면서 대학 자율성을 통제하고 있다. 기여입학제를 막고 있으니 재원 확보는 등록금과 모금밖에는 없다. 이런 환경에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다. ”
―이 제도가 실현되면 어떤 효과가 있나.
“2006년 2학기 기준으로 학생 51%가 장학금 혜택을 봤다. 그러나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경우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등록금의) 30~50%를 받는다. 그러나 3명 중 1명꼴로 전액 장학금을 주면, 학부모들이 좋아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것이다. 학교 재정이 확충되니 우수한 교수와 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일부 학생들이 벌써 반발하고 있다.
“언뜻 보면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있는 상위 10%가 더 많은 사회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고, 이번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성적 하위 10%에게 등록금을 더 걷는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얘기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성적 장학금뿐 아니라 면학 장학금(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비율을 높여 그런 학생은 모두 구제되도록 할 것이다. ”
―등록금 인상만으로 장학금 충당이 가능한가?
“모자라는 금액은 대학에서 모금활동을 벌일 것이다. 우수한 학생·교수를 확보하고, 시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발전계획을 보여주며 (모금을 위해) 뛰어다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