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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읽고 나서 바로 남한산성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역시 김훈이 쓴 문장은 바깥의 묘사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심리를 읽는 눈이 달랐다. 남한산성에서 '칸과의 전쟁을 벌어야 하는가? 아님 남한산성 밖에서 굴욕을 당하느냐?' 에서 최종결정은 굴욕을 택했다. 그 안에는 남한산성이 주는 몇가지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로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국토강산을 회복하는 시기다. 왜와의 전쟁이 끝난지 30년 뒤에 후금의 오랑캐들에게 침입을 허락하는 것은 국력을 집중시키지 못한 것에 문제가 있다. 인조반정, 그에 다른 이괄의 난 그리고 명의 쇠퇴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후금의 침입을 도왔다. 정묘호란 이후 국력을 신장시키지 못하고 후금이 세력 확대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재침을 했고, 병자호란이 발생하여 남한산성으로 인조가 도망을 쳤다. 조선시대 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도망간 사태는 3번, 임진왜란, 병자호란, 아관파천... 이중에서 가장 굴욕적인 상황이 병자호란이다.
두번째는 남한산성의 상징성을 볼 필요가 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장소이다. 작가 김훈도 남한산성을 자전거로 자주 다녀왔다. 남한산성이 역사적으로 인간의 고통을 주는 장소로 여기고 있다. 잘 알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 말고도 또 하나의 굴욕적인 장소인 남한산성 교도소가 그 주변에 있었다. 군인으로서의 치욕적인 장소인 교도소가 있었던 곳이 남한산성이다. 희망이 없고, 고통을 주는 곳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럼 남한산성의 현대적인 해석은 어떤 것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가지 못하고 동조세력 하나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외로움이다. 서로를 못믿는 자유경쟁의 삶은 살며 인간관계는 점점 의미가 잃어가는 마당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들... 최후의 결정을 하여 멀리 가버린 예를 제외하고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삶일 것이다. 아래위로 압박을 받으며 샌드위치가 되버렸다.
결국 남한산성은 죽고 싶어도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이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농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견뎌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외로움과 굴욕을 참으면서 최명길처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세상과 타협하는 것이 허무한 삶을 마감하기 보다는 나을 것이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에서 이순신과 우륵은 죽지만 남한산성에서는 죽기보다는 살아서 빠져나와야할 곳이다. 작가는 굴욕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농사할 때까지만 참으면 희망이 보인다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