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순신은 전쟁이 두려웠다. 전쟁은 천천히 죽어가는 말기 암과 같다. 죽음이 눈 앞에 있는데도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말기 암환자였다. 이 전쟁이 끝나는 날 암세포가 죽음에 이르게 하여 이순신의 목숨도 거두어 갔다.
전쟁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 두 장본인 윤두수와 유성룡, 비록 지음인 유성룡이라도 이 전쟁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사이에 있는 선조가 운영이 미숙해 두 인물이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두 인물은 전쟁이 끝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순신의 숙제였다.
백의종군을 두번이나 당하면서 시한부 삶은 연장을 해서라도 전쟁은 이순신의 몫이다. 칠천량 해전으로 단 한번으로 제해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이순신 뿐이었다. 과거의 영광보다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속마음을 감추어 시한부 삶을 마감하고 싶었다.
한번이라도 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하나씩 줄어들면서 깊은 시름은 과거의 상처를 입었던 곳까지 시렸다. 이순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다 이순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최선을 다하여 죽는 것이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순신의 시한부 삶은 노량해전의 전사로 마무리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죽었던 영혼들을 이끌면서 모든 혼란의 싹을 잘랐다. 뿌리는 완전히 자르지는 못했다. 전쟁이 끝나도 이 두 원흉은 계속 살아남아 조정을 다시 좌지우지 하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