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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 ㅣ 별빛들 신인선
김민혜 지음 / 별빛들 / 2023년 12월
평점 :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글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혼자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가상의 작가를 혼자 그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정 궁금하면 작가의 뒤를 캐보기도(?)한다.
요즘은 SNS가 큰 홍보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님들의 계정만 추적해보면 그 사람의 일면을 파악해 볼 수 있기도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별빛들' 역시 작품을 거를 수 없어 보게 된 책이였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 사람이 궁금해졌고 결국은 또 뒤를 캐보게 되었다.
글이 참 읽기 좋았다. 진솔하고 담담한 어투가 그대로 녹아내렸다.
자신을 좀 봐달라고 위로해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의 끝부분에 감상평으로 써놓은 이광호 작가님의 글도 참 좋았다.(워낙에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
'나를 지나가는', '내가 지나가는' 두 파트로 나누어 쓴 글에는 말 그대로 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의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글들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지나가고 싶었던 것들과 이미 지나온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 때의 감정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다 기억해 낼 수는 없어 지금 생각해보면 기록이란 걸 조금이나마 더 빨리,
혹은 자주 습관처럼 써왔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
행복과 불행은 비례하다고 생각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면 뒤늦게 찾아올 불행에 대해 불안하고 미리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한 때는 순간이 죽을만큼 빨리 지났으면 싶은 때와 조금은 더디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느끼던 때-
어쩌면 그 모든 순간들이 내가 만들어 낸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어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사물, 사람 혹은 그것이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에도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글처럼 느껴졌다.
대놓고 표현을 하지 못해도 속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는데, 또 그걸 몰라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지나간 것과 지나가고 싶은 것>은 별빛들 신인선으로 김민혜 작가의 첫 데뷔작이다. 첫 작품치고는 글솜씨가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읽다보면 이 사람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벌써부터 다음작품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지나간 것들과 지나가고 싶은 것들의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