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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하철 택배가 있다는 걸 몰랐다. 점점 높아지는 고령화인구 시대에 갈곳을 잃은 노인들이 많은데, 이런 일거리들이 많아져 노인들에게도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 시어머님 역시 나라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공공근로를 하시는데, 하루 2-4시간 일을 하시고는 소소한 수입으로 용돈을 쓰신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일자리와 수입까지 생기니 여러모로 좋다.
AI가 점점 발달되고 사람들이 하는 일을 이제는 로봇이나 기계들로 대체되기도 하면서 모든 것이 더 편리해 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이렇게 사연을 담은 일을 하시는 작가의 글을 보니 그래도 아직은 사람들이 직접 하는 일이 정감가고 좋은 것 같다.
책 표지에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제의 인물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라고 되어있었는데, 나는 이 분이 출연한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책의 내용을 보아 아마 방송에 출연하고 블로그에 꽤 많은 방문자수가 증가했나보다.
지하철 택배일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나 그때그때 보고 느꼈던 것들을 블로그에 일기처럼 쓴다고 하시는데,
그 글들을 모아 펴낸 책이 바로 <꿈을 나르는 지하철>이다. 매일 같이 똑같은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새도 없이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제 각각의 사연을 담은 물건들을 지하철을 이용해 배송한다. 하루에 많게는 세 건 정도의 물건을 배송하는데 대부분 여권,서류,귀금속, 꽃배달 등작고 무게가 나가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한다. 노인은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보니 지하철을 이용수단 삼아 배송을 하고 운임료를 받는 방식이라고.
초보시절 길을 헤매거나 목적지를 찾지 못했던 일, 물건을 잃어버렸던 일, 기념일로 몰래 보내는 서프라이즈 선물인데 받는이에게 물건이 무엇인지 말해줬던 일 등...공감이 가면서도 글 하나하나마다 진정성이 느껴져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
수많은 사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글은 양복점을 하시는 할아버지께서 친구분께 보낼 양복을 직접 만들어 배송을 요청했던 일이였다. 택배를 받을 수령인의 주소는 요양병원이였다. 배송할 물건을 전달하러 가니 아내분이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몸이 많이 불편한지 거동도 힘들어보이고, 눈도 귀도 어두워 함께 보낸 편지마저 혼자 읽지 못해 아내가 대신 읽고는 짧게 전달해 주었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양복을 입고 싶어하는 모습에 상의만 걸쳐주니 그제서야 밝은 표정을 보였던 수령인.
보내시는 분과 받으시는 분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 물건을 배송하면서도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스쳤을 것 같았다.
이외에도 감동적인 글이 많아 보면서도 울컥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의 마음의 짐이 느껴지는 글도 보여 마음이 편치 않기도 했다.
또 한가지 놀랐던 건 할아버지가 세대간의 문화차이에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모습에 많이 깨어있는 분이시구나 느꼈다.
이런 따뜻한 사연이 담긴 이야기들을 보면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세상이 조금 더 길게 이어졌으면 싶다.
지하철 택배일을 하시는 그날까지 할아버지의 글은 블로그에 계속 올라올테니 간간히 가서 읽어봐야겠다.
오늘은 또 어떤 가슴 따뜻한 세상이야기를 가져오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