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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4년 1월
평점 :
돌아가신 어머니의 의료사고로 인해 스스로를 탓하고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은 외과의사 남유진.
자신의 계획대로 하나씩 정리하려던 중에 의도치 않게 시골의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시골병원에 모르핀이 들어오는 사실을 알고는 자살도구로 삼는데...
시골 병원 개원 하루 전,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려다 모르핀을 도둑맞게 되고, 결국 자살계획이 틀어진다.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진 않지만, 각 캐릭터마다 특성이 뚜렷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전개흐름이 재미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 역할로 등장하는 외과의사 남유진이다.
의사의 멘탈치고는 꽤 약한 느낌이 있었고, 그러기엔 또 쉽게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다소 반전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애초에 설정값이 이런 캐릭터라서 이 부분은 개인의 생각 차이가 있을 듯)
유진의 옆에서 모르핀 도둑을 함께 찾아주던 간호사의 역할이 개인적으로 감초역할처럼 느껴졌다.
삶과 죽음에 대해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결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그 생각의 이면에 대해 많이 돌아본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아주 잠깐 안락사에 관한 소재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찬반의견이 분분한 주제이기에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만약, 혹은 내 주변에서 만약. 이라는 가정을 해보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
가끔 남들이 보면 "그깟 소설인데, 그냥 영화인데.. 뭘 그렇게 감정이입이 과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예전에는 나도 이렇게 감정선이 깊지 않았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정기복이 심해진다는거다.
그러다보니 잡생각들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작년에 처음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을 가장 많이 떠나보낸 해였다. 그간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떠난 적이 없어서 죽음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점점 그런 경우가 빈번해지니 이제 남일 같지 않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 정말이지 다시 한번 生과死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다. (단지 소설만 보고 느낀 점은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