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119
임길택 지음 / 창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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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은 마치 내게 선택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눈을 갖다 댄 곳에 떡하니 있었다. 웬지 모를 낯익음에 난 이 책을 들었고 내가 과제란 이유로나마 읽어야 하는 임길택의 동화였다. 산골 마을 아이들은 개정판이고 그 이전인 우리 동네 아이들이란 책이었다. 잘됐다 싶어 그냥 들고 나와 집에서 읽기 시작하였는데... 어쩐지 갈수록 너무 익숙하다 싶었다. 몇 장 읽다가 난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이미 예전에 읽은 책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책을 무작정 많이 읽었던 6학년 겨울방학인 듯 싶었다. 읽을수록 낯익은 것들에 대한 반가움이 날 찾아 왔다. 그래 이 부분은 기억이 난다. 이건 통 모르겠다... 그 재미에 이 책이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읽으면서 가장 깊이 가진 생각이 내가 기억 못하는 이 책이 이름조차 잊고 있었던 이 책이 나의 마음 속엔 이미 나의 삶으로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난 곧 (아마도) 선생님이 될 사람이다. 그것도 강원도에서 되도록이면 많은 시간을 시골 학교에서 보내고 싶단 생각을 갖는 사람이다. 난 그 계기를... 수능 보기 전 최과에 앉아 잡지에서 봤던 한 장의 사진 때문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쓰러져 가는 비닐로 문이 쳐진 낡은 집들 앞에서 7~8살의 한 소녀가 맑은 웃음으로 달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기억이 바래져 어쩜 그냥 서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 소녀를 보면서 이런 소녀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선생님이 될 마음도 없었던 그 때에 난 이미 그 아이를 지켜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잡지를 몰래 찢어오지 못한게 가슴 아플 정도로 그 사진은 깊이 남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가 가졌던 생각들을 발견했다. 야생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단 생각에 식물도감을 빌려 엠티 때 간 시골에서 돌아보던 기억은 '들꽃아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시골 사람들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이 책이 이미 내 안에 삶으로서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라는 생각이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책은 강원도 산골의 사람들의 얘기이다. 웃음 지을 일도 많았지만 눈물 흘릴 일이 더 많은 책이기도 하다. 흙을 만지고 흙을 가꾸고 흙으로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돌려보내는 농사꾼이라 불리는 이웃들의 얘기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하루에도 여러명 농약으로 목숨을 끊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 책을 어루만질 아이들은 그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게 될까? 내가 가르칠 아이들이 그 현실에 서 있는 아이들이라면 난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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