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정답이다 나비클럽 소설선
장우석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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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정답이다
#도서제공

연작소설 속 주인공 ‘주관식’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밤에는 고양이 탐정으로 활동한다. 이 책을 쓴 장우석 작가 또한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주인공과 똑같이 ‘호두’라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연작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주관식의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우석이라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다정함과 세계를 가장 솔직하게 녹여낸 인물이 바로 주관식이 아닐까 싶었다.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
책 띠지에 적힌 이 문장처럼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상실에서 출발한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 불행을 겪게 될까 두려워 일부러 반려동물과 헤어진 사람,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까지. 저마다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주관식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직접 발 벗고 나서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사례는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강아지를 찾아 헤매게 될 (또는 헤매고 있을) 누군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애써볼 가치는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왜 이 책이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데도 문장마다 사람을 향한 세심하고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읽는 내내 꼭 무릎 위에 강아지 한 마리가 가만히 올라와 있는 듯한 온기가 있었다. (고양이는 내 무릎 위에 올라와본 적이 없어서 상상으로만…)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내게 ‘분해 후 재결합’이었다. 책 속 인물들은 주관식을 만나며 다시 연결된다.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금이 간 자리 위로 사랑이라는 새 살이 천천히 돋아나는 느낌에 가깝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덮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 (특히 p.150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고3 수능 전날까지도 수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래서인지 수학교사이자 고양이 탐정인 주관식이 추리를 할 때마다 수학적 논리를 끌어오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혔다. 솔직히 무슨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인상 깊었던 건 ‘곱하기’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곱하기의 힘. 상실과 상실이 만나 더 큰 슬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같은 공간에 몇 분만 있어도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미친 듯이 기침이 난다. 그래서 고양이를 가까이할 수 없고, 늘 멀리서 바라보거나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상할 만큼 행복한 책이었다. 직접 만질 수도, 품에 안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 아마 이 책은 그런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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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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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노동은 흔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에 주목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월급사실주의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이 2024년 11월부터 한겨레에 연재해온 산문을 묶은 것으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을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만드는 일’, ‘잇는 일’, ‘지키는 일’, ‘살피는 일’이라는 네 가지 범주 아래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노동의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직업적 정보가 아니라,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태도다. 이는 노동을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세계관이 드러나는 영역으로 확장해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서로 다른 노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환기한다. 평소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직업과 그 이면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사람의 일’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묻기도 한다. 효율과 비용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실 속에서도, 결국 노동의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의 가치와 정당한 대우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얼굴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오늘의 노동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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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 뉴 블랙 호러 앤솔러지
N. K. 제미신 외 지음, 조던 필 엮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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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아무 공포나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히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 속 공포는 귀신이나 괴물보다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비롯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흑인이라는 주인공의 위치를 통해 드러나는 차별과 폭력은 낯설지 않아서 더 불편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이런 이유로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를 집어 들었다. 조던 필이 직접 엮은 뉴 블랙 호러 앤솔러지라는 점에서 기대가 생겼다. 표지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 몫했다. 수록된 작가들은 대부분 처음 접하는 이름이었지만, 이야기들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노예제나 시민권 운동, 경찰 폭력처럼 익숙하지만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이야기부터, 종말이나 초자연적 존재 같은 소재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제각각인듯 하지만 읽다 보니 묘하게 한 방향으로 모인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비명’이라는 단어였다. 비명은 그냥 무서워서 지르는 소리라기보다,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나오는 신호에 가깝다고 느꼈다. 생각해보면 그런 비명은 계속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걸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이 책은, 들리지 않던 소리가 문장이 된 책인지도 모른다.

읽는 동안 불편했다. 단순히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그게 그냥 현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현실을 생각할수록, 불편함을 넘어서 분노가 생겼다. 소설 속 장면들조차 이 정도인데, 이것이 실제였던 과거는 얼마나 더 처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단편 중에서는 〈그 승객〉과 〈노우드의 소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더 날것처럼 느껴졌다. 〈눈과 이〉는 읽는 내내 영화 보는 기분이었고, 마지막에 가서야 “아, 이래서 이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반대로 〈압력〉과 〈어두운 집〉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가 계속 쌓이는 느낌이라 읽고 나서도 한동안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작품집은 아닌 것 같다. 읽다 보면 “이건 그냥 이야기로만 볼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제목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라는 말이 더 이상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그 비명이, 문장이 아니라 현실의 소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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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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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을 읽어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인생책은 체공녀 강주룡이다. 몇 번이나 재독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까지 했다. 그래서 사랑의 힘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펼쳐든 책이었다.

다만 마지막 연애 이후 약 3년. 메마른 나의 마음에 이 책이 촉촉한 단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조금은 품고 있었다.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책이 너무 예쁘다. 천연염색 장인이 천을 물들이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은은한 색감, 이야기마다 다른 색의 조합이 읽기 전부터 설렘을 더했다.

<사랑의 힘>의 모든 이야기는 ‘로로마’에 맞닿아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수도로 공급된 미생물, 이른바 ‘사랑의 힘’ 미생물. 사랑을 하면 연산 능력, 점프력, 언어 능력, 신체 감각까지 무작위로 향상된다. 이 설정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로로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랑 조기교육’ 열풍을 다룬 <사랑은 유행>을 시작으로, 총 8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총망라한다. (심지어 대상이 사람이 아닌 경우까지도, 현실고증처럼 느껴진다.)

풋풋함에 대리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왜 그러는거야”에 “미쳤나봐”를 수십 번 덧붙이기도 하고,
웃었다가 화를 냈다가, 다시 마음이 아파지기도 한다.

특히 <어떤 사랑의 악마가 있어>, <문어와 나>, 에서는
사랑에 대한 희구, 구걸, 혐오, 증오, 의심까지 온갖 감정이 넘쳐흐른다. 그 감정의 밀도가 높아 읽는 내내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읽다 보면 이 책이 ‘연작소설’이라는 점을 자주 잊게 된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로로마’라는 바톤을 쥐고 이어달리기를 하듯 서로를 스쳐 지나가고,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만난다. 책을 읽다가 반가움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송희지 시인의 추천사 중 “박서련의 소설은 사랑의 가장 다정한 지도인 동시에 해부도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카페에서 책의 막바지를 읽고 있을 때였다. 내 옆 테이블의 한 커플이 헤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은 공허한 눈으로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여러 방향으로 쪼개어 보여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정확하게, 사랑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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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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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호랑이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제본을 받아들고는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나는 이야기가 '의붓아버지에게 9살 때부터 아동 성적 학대를 당한 저자가 기어코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쓴 이야기가 아닐까', '이겨낸 과정은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만든 하나의 구조였고 나의 기대였을 뿐이라는 것을. 네주 시노는 그걸 단호하게 무너뜨렸다.

1부 <초상화의 시작>은 <내 강간범의 초상화>으로 시작한다. 강간범이자 학대범이었던 '그'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살았던 마을 등 당시 모습을 호출하며 과거를 복기한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 과정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기억과 시선의 해체에 가깝다.

책 초반, 나는 거의 욕을 적다시피 밑줄을 그었다. 소중한 나의 책이 더러워지더라도 문장을 읽음으로써 만들어지는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이 책에 대한 나의 1차원적인 소회이자 1차적인 나의 소회이다.

하지만 책은 나의 1차원적인 소회를 잠재운다. 냉소적이고도 객관적인 문장들이 이어지며 오히려 나를 더 깊은 사색의 틈으로 밀어 넣는다. 이 글이 쓰이기까지 동반되었을 고뇌의 밀도를 짐작하게 된다.

2부는 지속적인 성적 학대가 이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은 다양한 문학과 사상, 이야기를 끌어오며 전개되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독자가 그 사유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읽는 동안 나의 태도 또한 변해갔다. 분노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차분해졌고, 결국 다시 분노로 돌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분노였다.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악의 평범성'이었다. 우리는 '악인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으며 안심하려 한다. 결국 이는 무너지게 된다. 사회적 가면을 쓴 채 일상을 살아가는 가해자이자 포식자, 그리고 법정에서조차 자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소름에 가까운 감각을 남긴다. 그간 그 감각을 느꼈던 것은 범죄자에 대한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내가 마주한 '악의 평범성'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주되게 들었다.

또한 '피해자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기대, 일상을 유지하면 이미 극복한 것이라는 시선.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을 끝까지 보기 위해서는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독자를 그저 수동적인 사람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유에 동참하게 만든다. 그래서 한번 펼치면 책을 덮기 어렵고, 책을 덮으면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독보적인 지점이 아닐까싶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한 유명인의 성범죄 전력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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